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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아빠
Nov 01. 2021
#38 가을도 깊어갑니다
여름을 마무리 할 틈도 없이 느닷없이 가을이 시작되더니 그 가을도 1달이 뚝딱 지났다.
10월의 마지막 월요일.
콩이에게 따뜻하고 예쁜 빨간색 경량 패딩을 사 입혔다.
하지만 예쁘다는건 어디까지나 아빠의 주관적 느낌이다.
그 옷을 보고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빠의 생각이다.
얼마전까지 입던 야구잠바가 따뜻한지
이번에 산 빨간 패딩이 더 따뜻한지
아니면 작년 겨울에 입던 두툽한 패딩이 더 따뜻한지
콩이에게는 아직 어려운 구분으로 보인다.
바깥 날씨를 알아도 그에 맞는 옷을 골라 입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어떤 옷이 더 예쁘고 더 마음에 드는지 생각하는 것도 아직 어렵다.
당연히 옷에 대한 선호도 없다.
엄마 아빠가 주는 대로 입을 뿐이다.
콩이는 아직 어느 옷이 날씨에 맞는 옷인지 잘 모르는 듯 하다.
바깥에 나가 찬바람에 춥다고 처음 먼저 말한 것이 올해 10월이 되어서 이다.
그 이전까진...
모르겠다.
아빠가 추위를 느낄 틈을 안 줬었는지
콩이가 추위를 춥다고 표현하지 못했었는지
아니면 추위를 못 느꼈었는지..
아무튼 추운 날씨에 춥다고 자연스레 말하는 콩이를 보고 대견하구나 생각한게 이번 10월 이라는 것 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번 10월이 지나갈 무렵 콩이가 보인 새로 모습이 또 있다.
높은 서랍장에 있는 책 같은 물건을 꺼내기 위해 자기 의자를 가져다 놓는 것이다.
콩순이한테 배운걸까 엄마 아빠가 가르쳐주거나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의자를 가져와 올라서서는 손을 뻗는다.
물론 남들보다 한참은 늦은 행동이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는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추우니 춥다고 말하는 콩이를 볼 때보다도 더 대견했다.
밤 공기 시원하고 쌀쌀한 밤이다.
집 앞 공원을 혼자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콩이도 언제가는 남들처럼 세상속에서
제 녀석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겠지.
추운걸 춥다고 당연히 표현하는 것 처럼
어려우면 어렵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 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의자를 딛고 올라가 손을 뻗는 것 처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수 있는 의지와 지혜가 생기겠지.
역시 많이 부족하고 느리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콩이
여름이 갔고,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고, 그 다음 봄이 오듯이
계속해서 변화하며 성장해 가길 희망해 보는 산책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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