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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Nov 04. 2021

#39 외식을 금하다

악! 꺅!

콩이가 갑자기 질러대는 소리이다.

행동으로 나타나건 음성으로 나타나건 틱 이라는게 본인도 제어 못하게 나오는 모습이라 한다.

콩이가 소리지르는 모습에는 그러한 어쩔수 없음에 의도적인 관심끌기, 화나게 하기가 더해진 것 같다.

집이나 차에서 그러는 모습은 길게 가지 않았다.

무반응과 화제전환으로 상당 부분 통제가능하게 되었다.


식당같이 다른 사람이 많은 곳에서가 문제이다.

엄마 아빠가 반응하지 않거나 다른 화젯거리로 관심을 돌리는게 어렵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죽 집에서의 일이다.

소리를 꺅꺅 질러대니 엄마 아빠가 당황하며 제 녀석을 어르고 달래는 모습이 재미있나 보다.

멈추질 않는다.

처음으로 식당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콩이가 좋아하는 사진 보기를 허락했다.

그렇지만 그마저 평소와 다르게 얌전히 넘기지 않는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더니 핸드폰을 더 안보여준다고 난리이다.

공원에서 30분 넘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놀게 내버려 두었다.


어제는 피자집이다.

콩이가 좋아하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주문해 주었다.

한 조각을 다 먹기도 전에 또 소리를 질러댄다.

아빠의 반응을 즐기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일어나라고 했다.

조용히 먹겠다고 한다.

그렇게 두 세번을 반복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콩이를 거칠게 잡아 끌었다.

옷을 입히고 급하게 결제를 하고 나왔다.

2 조각 먹은 피자는 덩그라니 뒤에 남았다.

조용히 하고 피자를 먹겠다고 울먹이는 콩이.

그냥 무시하고 손을 잡아끌고 차에 태웠다.

차에서 녀석이 항상 보는 책들도 다 빼앗아 바닥에 던져버렸다.


이제 앞으로는 외식은 없다고 통보했다.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콩이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놀이터랑 공원을 배회한다.

콩이는 공원 곳곳을 돌며 민들레 씨앗을 계속 불어날린다.

1시간 넘게 밤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흔들그네에 앉아 먹게 했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마칠 때 까지 쌀쌀하게 대했다.

등에 로션을 발라줄 때 쯤 콩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아빠가 계속 혼내서 속상해ㅠㅠㅠ


원래 보이던 문제는 해결이 안되고 자꾸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리 자폐 '스펙트럼' 이라고 하지만 그 스펙트럼의 범위가 너무 넓은게 아닌가.

좀 괜찮아졌다 싶으면 다른 말썽이 생긴다.

어려움의 도돌이표가 점점 커져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코로나 백신을 맞아 하루 종일 팔도 아프고 머리도 아팠는데

마음 아픈거에 비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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