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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Nov 10. 2021

#41 어린이집 '세상나들이'

어린이집에서 매주 수요일 '세상나들이'를 시작했다 한다.

콩이를 포함해 총 7명의 7살 아이들이 근처 멀지 않은 곳으로 버스를 타거나 차를 나눠타고

나름 먼 나들이를 가는 것이다.

지지난 주와 지난 주에는 수원 화성에 다녀왔다고 한다.

지지난 주에는 버스를 타고 갔고, 지난 주에는 선생님 1명과 엄마 1명의 차로 이동했다.


콩이는 아기띠에 담겨 엄마랑 한 두번 버스를 탄 것 말고는 사실상 버스를 타 본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어린이집 바로 근처도 아니고 선생님 혼자 7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겠다는 계획이 불안하기도 하여

첫 주 세상나들이에는 콩이 엄마가 동행하였다.

엄마 손을 잡고 예상외로 얌전히 버스를 타고 20~30분 거리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잔디밭과 언덕과 성곽을 부지런히 뛰어 다니고,

거중기니 망루니 수원 화성의 자랑거리를 보며 자신들만의 지식을 자랑하듯 얘기하고,

개울의 징검다리에서 폴짝폴짝 뛰놀고,

유기농 재료만 사용하는 어린이집 식사에서 벗어나 제 녀석들 얼굴만한 돈까스를 맛있게 먹고..


콩이를 제외한 6명의 아이들은 이렇게 놀았다 한다.


우리 콩이는...

엄마 손을 놓치 않고 힘없이 걸어다니고,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수원화성의 성곽 따위에는 흥미가 없었으며,

점심시간 돈까스 집에서는 식탁에 엎드려 푹 잤다고 한다.

여러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서 콩이가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 실망스러울 것은 없다.

그래도 콩이가 세상나들이를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하면 수요일은 등원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녀석은 재미없었다고는 해도 가기 싫다고는 표현하지 않았다.


지난 주 두번째 세상나들이.

첫번째 세상나들이 후 보호자가 1명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이번에는 준우라는 아이의 엄마가 동행하였다.

콩이가 제법 좋아라하고 따르는 엄마이다.

선생님 손을 잡고 어찌어찌 돌아다니고,

점심도 잔디밭에 펼쳐놓은 돗자리 가운데에 앉아 김밥 한 줄을 다 먹었다고 한다.

준우 엄마한테 안아 달라고 하고 싶거든 꼭 준우가 옆에 없을 때 그러라고 했었다.

사진을 보니 어차를 타면서 준우 엄마한테 기대어 잠든 모습이 보였다.

십중팔구 친구들 노는 것은 관심 밖이고 준우 엄마나 선생님 옆에만 붙어 다닌 것 같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는 돗자리에 김밥 먹은 이야기, 선생님 차 앞자리에 탄 이야기,

그리고 역시나 준우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한 이야기 등등 스스로 몇 가지 일을 두서없이 말한다.

첫 주 나들이 보다는 조금 흥미를 느낀 모양이다.


오늘도 어느 박물관으론가 나들이를 떠났다 한다.

오늘 동행한 아빠가 단톡방에 올려주는 사진을 보니 콩이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여러가지 활동사진의 가장자리에 겨우 걸려있거나, 아예 카메라 각도 안에 없다.

다른 친구들은 나무젓가락으로 김밥을 먹고 있는데 콩이는 선생님이 먹여주거나 손으로 먹는다.

선생님 손에 붙들려 있거나 혼자서 무리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 표정은 심심하고 지루하다.


사람이 재미없는 일을 할때는 평소보다 힘이 들어 피곤하고 졸음이 온다.

사진 속 콩이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첫 주에 비하면 좀 평범해게 나아진 모습이다.

카메라 각도에 들어와 있는 사진이 약간은 더 많고,

김밥이라면 꼬마 김밥만 먹던 콩이가 보통보다는 조금 얇긴 하지만 일반 김밥을 먹고 있다.





7살 아이들이 그렇게 즐거워한다는 세상나들이가 달갑지 않다.

친구들 옆에 배경처럼 있는 콩이의 지루한 표정이 보기 안쓰럽고,

콩이가 참여하는 활동에는 보호자가 1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고,

이제야 일반 김밥을 먹을 수 있게된 콩이의 느림이 안타깝고,

또래 아이들과 즐거움을 공유하지 못하는 콩이의 심심한 모습이 걱정스럽고,

그러한 이유들로 공동육아에 충분히 녹아들어갈 수 없는 여건과 내 소극적임이 싫다.


그렇지만 어찌되었던 몇 달 후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콩이가 세상나들이를 시작하였다.

한 주 한 주 조금씩 더 즐겁고, 조금씩 엄마 아빠한테 하고픈 이야기거리가 더 생기고,

조금씩 더 나들이 전날의 설레임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계절이 바뀌면서 사무실에 앉아 보는 창밖 풍경도 하루하루 계속 변해가는데

나들이 사진속에서 보이는 아쉽고 근심스럽고 때로는 화나는 모습들이

언제까지 변하지 않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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