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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Nov 16. 2021

#42 실망스러운 일, 당황스러운 일

내년에 콩이를 대안 초등학교에 보낼지 일반학교 도움반에 보낼지 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대안학교를 선택하기로 결심하고 입학전형에 참가하였다.

1차 서류, 2차 면접, 3차 토론 이라는 꽤나 복잡한 절차가 있었다.

대안학교에 보내면 일반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겠지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기저에는 지원하면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무의식적인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지난 주 토요일의 일이다.

2차 면접 후 합격자 발표에 콩이 이름은 없었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 아이의 이름은 당연스레 있는데 콩이 이름만 없다.

초등학교 부터 낙방이라니...

하긴 콩이의 첫 낙방은 아니다.

지금의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첫번째 지원했을때는 운영진 면접에서 탈락했었다.


대학입시 처럼 콩이가 스스로 준비한 시험에서 불합격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기분이 표현하기에 힘들게 묘하다.

엄마 아빠가 면접해서 떨어졌으니 엄마 아빠의 책임일 것이니 콩이에게 미안하고 실망스럽다.

콩이가 그 집단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니 콩이에게 또 미안하고 또 실망스럽다.




불합격의 결과를 받아 실망스러움 가득한 중에 이틀이 지났다.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부터 생각치도 않던 아주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콩이의 일상생활의 문제점이다.

교육이나 휴가 등으로 담임 선생님이 어린이집에 출근하지 않는 날에 발생하는 일이라 한다.

지난 주 금요일의 일이고, 그 전에도 비슷하게 있었던 일이라 한다.


콩이는 담임 선생님이 없음을 몇 차례 물어서 확인하고 돌변한다.

콩이는 선생님들이 안 보는 틈에 옷을 입은 채로 쉬를 거하게 싸고 장난감 바구니를 다 엎어 놓았다.

선생님이 옷을 갈아입히고 장난감 바구니를 정리하게 하니 반항하며 울며 저항한다.

그리고는 다른 방에 들어가 또 쉬를 옷에 싸고 아이들 사물함 바구니를 다 뒤엎어 놓고서는

젖은 옷을 다 벗고 나와 선생님한테 자랑하듯 자신의 만행을 알린다.

선생님의 기분과 반대로 일부러 낄낄거리면 웃는다.

그 와중에 선생님 등을 발로 차서 멍이 들게 했다고 한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콩이가 자유시간에는 그냥 조용히 책이나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한 두살 어린 아이들에게 침 뱉기를 가르쳤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침 뱉는 이상 행동이 뜸해져서 어느정도 소거된 것으로 생각한 게 오산이다.

"여울아~ 침!"

녀석이 시범을 보이듯 침을 잔뜩 떨어뜨리면 여울이란 아이가 따라서 한다.

그 모습에 다른 아이들도 신나서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런 행동을 하였다 한다.


뽀뽀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우야~ 뽀뽀!"

연우가 싫다고 해도 따라다니면서 볼에 뽀뽀를 강요했다 한다.


콩이는 평소 접촉이 많은 한살 어린 아이를 놀려댔다고도 한다.

"아저씨~ 아저씨~ 멍멍멍"

그 아이가 하지 말라고 해도 웃으면서 놀림을 반복한다.


아이들 얼굴을 쓰다듬는 행동도 보였다.

"아이고 예뻐라~~" 하면서 상대가 불편함을 표하건 말건 제 녀석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불쾌해서 하지말라고 큰 소리로 말해도 소용없다.

어른이 아이를 예뻐하는 듯한 이 행동은 동생들 뿐 아니라 동갑인 7살 아이들에게도 보이는 행동이란다.


이 무슨 당황스러운 일들인가.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는 날에는 마치 사전에 계획이라도 한 듯이 그러한 이상 행동을 한다고 한다.

양방향의 소통이 있는 친구간의 장난이 아니라

아이들의 표정이나 몸짓으로 기분을 파악하지 못하는 콩이의 이상행동이다.


혼자 덩그러니 있는게 아니라 이런식으로라도 유아적인 접촉이 발생하는 것은 기분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미 벌써 나타났어야할 모습일 수도 있고, 겪어야 했던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당황스럽다.

평소 예상했던 모습과 너무 달라 선생님 설명을 듣는 동안

머리속이 하애지기도 하고, 헛웃음이 막나오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하기도 했다.


옷에 쉬를 싸는 건 담임 선생님한테 해방된 기쁨의 표출인가...

동생들에게 침 뱉는걸 가르치는 건 우월감에서 나오는 행동인가...

친구들의 볼을 쓰다듬는건 친구들과 어울려보고 싶은 욕구의 표현인가...

선생님을 발로 차는 건 제 녀석 맘대로 무서운 선생님 안 무서운 선생님으로 등급을 나눈 탓 인가...


담임 선생님이 있는 날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 한다.

결국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는 날은 콩이를 등원시키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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