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옳다, 후쿠오카 남장원
크고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옳다. 후쿠오카 남장원(南蔵院)에는 동양 최대 크기의 청동 와불상(누워있는 불상)이 있다. 작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한 일본에서 큰, 그것도 세계에서 제일 큰 것이 있다니 묘하게 안 어울린다. '세계 최대' 이런 것은 큰 것에 열광하는 중국에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다가 여행 왔는데 여기도 시골이네
남장원으로 가는 길에 아저씨 한 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내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엄마의 입에서도 '시골도 너무 시골'이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온천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지 3일 내내 시골 온천만 다니는 건 솔직히 너무 따분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연세가 드신 부모님 세대는 멋진 자연 경치를 보고 입에 맞는 음식 드시는 게 가장 중요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님의 취향을 고려하기 전에 '60대 부모님 여행지'같은 검색어를 먼저 입력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곳이라며 여행지를 결정해버린다. 사실 부모에 대해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자식들인데 말이다.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으로 규슈 온천 여행 패키지를 고른 건 그래서 조금 미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좋아했던 여행지는 항상 강렬한 무언가가 있었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방콕이라거나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으리으리한 장가계라거나. 내가 30년간 나만의 취향을 쌓아왔듯이, 엄마는 엄마의 취향을 60년 동안 쌓아왔는데 내가 그걸 미처 모르고 있었다. 크고 화려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엄마. 그러고 보면 엄마와 나의 취향은 참 닮았다.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
후쿠오카 패키지에 빠지지 않는 코스인 남장원은 엄마가 좋아하는 크고 화려한, 웅장한 것이 있는 곳이었다. 잘 가꿔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마침내 세계 최대 규모라는 청동 와불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엄마는 뛸 듯이 기뻐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누워있는 부처님의 팔꿈치부터 발가락 끝까지 한 컷에 다 담겨야 한다며 구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는 "이제야 좀 관광하는 것 같다"고 좋아하는 엄마를 보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씁쓸해졌다.
남장원 와불상은 미얀마와 네팔에 어린이 구호활동 목적의 물품을 원조했던 일본에 대한 보답으로 미얀마의 불교회에서 보낸 석가모니, 아난타, 목련불 사리를 안치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란다. 와불상의 크기는 길이 41m, 높이 11m, 무게는 300t로 실제로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와불상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유난히 반질반질한 와불상의 발바닥이 나온다. 이 발을 만지면 건강해지고 부자가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만지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주지스님이 와불상을 봉안한 날 구매한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하니 영험한 것 같기도 하고.
와불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 곳곳에 숨어있는 신들이 눈에 띄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기들을 위한 아기 돌부처와 재물을 불러온다는 신마네키 네코, 배를 문지르면 복이 온다는 에비스 상, 악마를 응징하고 수행자를 보호하는 부동명왕 등등 다양하기도 했다. 이름 모를 상들이 모셔진 모습이 조금은 으스스할 법도 한데 남장원은 그저 잘 꾸며진 정원 같았다. 정갈하고 고요한 느낌이 상상해왔던 일본 신사의 느낌. 엄마도 좋고, 나도 좋으니 모든 게 다 좋았다. 이렇게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거겠지. 어쩐지 다음 여행에서는 조금 더 엄마 취향에 맞는 곳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후쿠오카 남장원 南蔵院
-주소: 福岡県糟屋郡篠栗町大字篠栗1035
-가는 방법: JR 후쿠호쿠유타카선 기도난조인마에(城戸南蔵院前)역에서 도보로 약 3분
-입장료: 무료
-오픈 시간: 09:00~16:30,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