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채 Mar 17. 2016

불의 나라 화산 구경

일본 구마모토 아소화산(阿蘇火山)

규슈 여행 셋째 날. 아소 활화산 구경에 나섰다. 살아있는 화산이라는 것만으로도 괜히 무서운 마음이 드는데 고작 몇 달 전에도 분화한 화산이라니 더 불안해졌다. 화산 분화로 인해 분화구를 볼 수 있는 로프웨이 운행도 중단되었다고 하고,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니 굳이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살면서 한 번쯤은 활화산을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웃기다. 한 번에 두 마음을 품을 수 있다니. 

아소화산을 향해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멋졌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괜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가이드도 그랬나 보다. 전망이 멋지게 보이는 곳이 있는데 마침 날씨가 좋으니 들러보겠단다. 버스기사에게 한참을 설명하는 걸 보니 원래 계획하던 건 아니었나 보다. 

버스가 멈춰 선 곳은 시로야마 전망 소(城山展望所)였다. 이곳은 오이타현 유후인의 미즈와케 고개에서 아소시의 이치 노미 야마 치로 이어지는 11번 지방도 야마나미 하이웨이(やまなみ ハイウェイ) 변에 있는 전망 소로 아소 오악(阿蘇五岳)과 외륜산, 이치노미야마치 마을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라고 한다. 파란 하늘과 멋진 구름, 산과 논밭이 어우러지는 경치가 참 멋들어졌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인증숏만큼은 꼭 남겨야 할 것 같은 멋진 풍경. 

다시 아소화산을 향해 떠나야 할 시간. 아침부터 물을 많이 마셔서인지 화장실 생각이 났다. 주위를 둘러봐도 공용화장실이 보이지 않아 난감한 상황. 민망하지만 전망대 옆의 작은 가게에 들어가 막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주인 할머니에게 부탁드렸더니 쓰라고 하셨다. 화장실을 쓰고 나오면서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500엔짜리 요구르트를 하나 샀다. 그런데 이 요구르트가 맛있어도 심하게 맛있었다. 푸딩처럼 부드럽고 진한 요구르트라니. 엄마는 몇 병 더 사 오지 그랬냐고 나를 타박했다. 내가 뭐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나.. 나중에야 알았지만 야마나미 하이웨이는 '밀크로드'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우유 생산지란다. 미리 알았다면 맛을 몰라도 여러 개 샀을 텐데..

다시 아소화산박물관으로 가는 길.. 창밖으로 아소산의 기생화산 고메츠카(米塚)가 나타나자 가이드가 다시 이곳에 얽힌 설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옛날 아소에 대 기근이 일어났을 때 아소의 신들이 굶어 죽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손으로 쌀을 떠서 하늘에서 내려주었고, 이때 생긴 것이 고메즈카(쌀 무덤)이고 가운데 오목하게 패인 부분은 사람들이 쌀을 퍼간 흔적이라고.. 동그란 밥공기를 엎어놓고 위에만 푹 퍼낸 것 같은 모습을 보니 그런 이야기가 왜 붙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한편으로는 제주의 오름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하긴, 오름도 기생화산이고 고메츠카도 기생화산이니 결국 그놈이 그놈인 셈이다.

목적지인 아소화산박물관(阿蘇火山博物館)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로프웨이를 운영할 수 없는 경우 대체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설로, 아소오악 중 하나인 에보시다케[鳥帽子岳]에 있다. 박물관에서는 세계 최대 칼데라 화산인 아소산을 비롯한 전 세계 화산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박물관 앞쪽으로 넓게 펼쳐진 초원은 쿠사센리(草天里)다. 천리에 걸쳐 넓게 펼쳐진 초원이라는 이름처럼 광활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두개의 작은 호수 주변으로는 푸릇푸릇한 풀이 나 있는데, 이곳에서 말과 소를 방목하기도 한단다. 어쩐지 초원을 걷는데 지독한 말똥 냄새가 나더라니.. 

평소 박물관에서는 아소 나카다케 분화구(阿蘇中岳火口)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분화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분화 후 카메라가 복구되지 않았을 때라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하늘은 맑아서 나카타케 분화구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속은 어느 때 보다도 더 끓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아소 화산 박물관과 쿠사센리를 1시간 30분 정도 둘러보고 후쿠오카로 출발했다. 로프웨이도 타지 못하고, 분화구의 모습도 보지 못했지만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올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는 화산을 보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럼! 불의 나라 일본에서 활화산 한 번은 봐줘야지.



| 아소화산박물관 Aso Volcano Museum

-주소: 熊本県阿蘇市赤水1930

-가는 방법: JR아소 역에서 아소산니시행 등산버스 탑승 후 쿠사센리 화산 박물관 정류장(草千里 火山博物館))에 하차, 약 30분 소요

-관람시간: 09:00~17:00, 연중무휴

-입장료: 13세 이상 840엔 / 7세~12세 420엔 / 65세 이상 690엔

-홈페이지: http://www.asomuse.jp/

매거진의 이전글 유유자적, 일본 구로카와 온천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