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우자 Sep 21. 2023

내 소중한 첫번째 집을 매도하며,

약 3년동안 지냈던 내 첫 집이 팔렸다. 비록 썩 내 마음에 드는 동네는 아니었지만, 내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나 혼자서 생활해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또 이후에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회사 월급 외 부수입을 얻을 수도 있었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며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매일 퇴근 후 모여, 회사 생활에서 힘든 점을 시시콜콜 말하면서 울고 웃고, 토요일 밤이면 모여 같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 집을 팔게 되었다. 한참 가격이 올랐을 때 팔았으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더 오르겠지 하는 마음에 팔지 않은 탓에 더 낮은 가격에 매매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너무 미련을 두지 않으려 한다. 욕심을 내면 내 마음만 아프니까! 대충 '이 정도 수익이면 됐다'하는 마음으로 만족하려 한다.



나는 집을 팔기 이틀전까지도 쉐어하우스를 운영을 했다. 친구들이 나가고 난 후 바로 집으로 가서 내가 필요한 물건들은 집으로 가져오기 위해 차에 옮겨 실었다. 냉장고, 스타일러 같은 부피가 물품들은 당근마켓에서 '용달 찾기'를 통해서 후기가 좋은 분을 찾아 예약을 했다. 집에 가져오면 짐이 될 물건들은 당근마켓에 올렸다.


약속대로 다음날 기사님이 오셔서 짐을 실고 와주셨고, 나와 엄마 오빠가 힘을 합쳐 물건들을 날랐다. 기사님이 너무 매너있으시고 좋으셨다. 내가 도움을 드리려고 하면 오히려 다친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다. 기사님은 엘리베이터에 타는 다른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이어 말씀하셨다. 기사님도 나 같은 자식이 있는 한 아버지이시겠지 생각이 들었다. 짐을 다 옮기고 나서 기사님은 내게 '잘 사세요!'라고 행운을 빌어주셨다. 기사님이 가시고 나서는 당근마켓을 켜 내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후기를 남겼다.


그 다음날은 잔금을 받는 날이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등기권리증, 계약서, 주민등록 초본, 인감증명서, 인감을 가방에 넣고 아침 일찍 내 첫 집으로 갔다. 넉넉히 이사 준비 기간을 두지 않은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에어컨, 예쁜 원목 매트리스 프레임 등을 무료로 나눔했다.


부동산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직전까지 열심히 짐을 치우고, 집을 정리했다. 정리를 하면서 일찍이 지쳐 나 좀 쉬겠다며 쓰러져 쉬는 나와 달리 60살 우리 엄마는 바지런히도 움직이셨다. 엄마가 없었으면 이걸 어떻게 했을까, 엄마는 누굴닮아 저리 야무진가, 나는 왜 이렇게 아빠를 닮았을까 싶었다.


시간이 되어서 부동산에 갔다. 가서는 생소한 일들을 경험했다. 준비한 서류를 드리고, 서로 인적사항과 잔금 가격 등을 확인하고 도장을 찍고 사인을 했다. 수도요금을 포함한 관리비를 새로 전입하실 분에게 이체를 해드렸다. 그리곤 내 집의 공동현관문/세대 카드키를 전달드렸다. 그리고 새로운 집 주인이 되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는 내게 잔금을 바로 이체해주셨다.


이체가 잘 된 것을 확인하고 난 후, 나와 법무사님, 공인중개사님은 가까이 있는 은행에 가서 대출을 상환하고 말소 신청을 했다. 말소를 신청하는데는 45,000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리곤 나는 공인중개사님께 중개비를 드렸다. 이제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하고 나와 엄마는 집으로 왔다.


엄마는 내게 첫 집을 판 기념으로 한 턱 쏘라고 했다. 외식을 하게 되면 강아지 별비를 혼자 집에 두게 되어, 집으로 짜장면과 짬뽕을 배달시켰다. 엄마는 다음 집으로 이사할 때는 더 맛있는 걸 쏘라고 했다.




내 계좌를 살펴보니 꽤 큰 금액이 들어와 있다. 다음 집 계약일 전까지 며칠이 비어서, 이 돈을 어찌할까 고민했다. 주식에 넣어서 한방 벌어봐?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곧 그 마음은 접었다. 그래서 비록 한도가 정해져있지만 매일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토스뱅크로 돈을 옮겼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인 오늘 이자로 2만원이 넘게 들어와있었다. 이것 참 꽤나 쏩쏠하네. 계속 이렇게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첫 집을 매도한다는 큰 일을 치렀다. 무탈히 잘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우리 집에서 지냈던 친구들에겐 잠시 지내가는 곳이었겠지만, 아늑한 경험이었기를 바라고 어디서든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 매달 꼬박꼬박 은행에 대출 이자를 갚고, 차곡차곡 저축해서 다음 집을 구매한 나 자신도! 다음 집에서도 또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또 다른 여성들이 좋은 집에서 여러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면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지. 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