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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자 Mar 07. 2024

나 혼자 말고, 털복숭이들과 산다

 나는 보송보송한 털로 뒤덥힌 털복숭이들과 같이 산다. 우리 집의 첫째는 약 10살이 된 강아지 별비이다. 별비는 이모네 친구의 강아지가 낳은 새끼였다. 둘째 꼬미는 3살된 고양이인데 할머니 집 근처 시장에서 발견한 아픈 새끼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나는 꼬미를 입양하면서 고양이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막내 도토는 재건축을 하는 우리 아파트에서 구조한 깡깡 마른 새끼 고양이였다.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매일 매일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거다. 매일봐도 새로운 엉뚱하고도 순수한 행동들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물론 힘든 점도 있다. 강아지의 경우 매일 산책을 시키러 나가야 하고 산책이 끝나면 씻겨줘야 한다. 고양이들도 매일 사냥놀이를 한참 해줘야 한다. 똥과 오줌을 매일 갈아줘야 하고, 물 그릇과 사료 그릇을 매일 씻고 갈아줘야 한다.이빨이 썩지 않도록 양치도 매일 밤 해줘야 한다. 고양이들의 털도 매일 빗어줘야 한다. 일주일마다 손톱도 잘라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털복숭이들과 함께 사는 게 좋다.


나 원래 이불 정리 잘해요


 이렇게 반려동물의 대표 주자인 강아지, 고양이를 애정하는 것에 대해서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도 있다. 무슨 동물을 양치를 시키냐며 유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잘못한 것 하나없이 멀쩡히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에게 시비거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나는 인간과 비인간동물들이 교감한다는 것은 아주 따뜻한 것이고, 심지어는 신비로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지는 않지만 미세한 표정들, 목소리의 톤, 바디 랭귀지를 보며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읽는다. 일방적인 게 아니라 양방향으로 그렇다. 가령 내가 슬피 우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다가와 배에 손을 척 올려놓는 등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거나, 간식을 숨겨놓는 곳 앞에 서서 냐옹냐옹 거리며 간식을 달라고 시위를 한다거나.


간식 서랍 앞 1인 시위


 아무튼 이 친구들과 함께 살며 자주 드는 생각은 우린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내가 어릴 적 하던 숨바꼭질 놀이를 고양이들도 즐겨한다. 애정하는 존재가 나보다 다른 아이를 챙겨주는 것 같으면 질투도 한다. 눈이 아팠을 시절, 간식을 잘 챙겨줬던 걸 기억하곤 갑자기 눈이 아픈 척을 하기도 한다. (간식 주고 나면 말짱해짐) 사냥놀이를 못한 날에는 삐진다. 내가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이 아이들도 갖는다. 이를 통해 나는 인간만이 특별하다는 오만함을 버리게 된다.


신체 구조와 크기는 많이 다른 우리지만, 서로를 결코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굳게 믿는 사이이다. 우리는 서로의 언어대로 애정을 표현한다. 한 쪽은 상대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다른 한 쪽은 매끄러운 살을 핥아주며.


 

작고 약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심지어는 시끄럽고 불결하다는 이유로, 그런 아이들을 케어하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라 말하며 못마땅하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살인을 하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나는 이런 기괴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병든 사회에 산다.


약자와 약한 존재를 배려하는 의식과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하루 빨리 강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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