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중히 여기고 챙겨주는 행동들
몇 주전 나의 생일을 맞이했다. 카카오톡에서 대신 생일 소식을 알려주는 덕분에 몇몇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주었다.
그 중 한명은 나의 대학교 선배 언니였다. 언니는 나에게 아로마티카의 '바디 오일 + 컨디셔너' 세트를 선물해주었다. 처음에는 언니가 나 힐링 잘 하라고 바디 오일을 보내주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컨디셔너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오늘 샤워를 하면서 이전에 언니랑 지나가는 말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언니는 우리 집에 놀러와서 거실 바닥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기본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언니는 '주기적으로 손톱도 깍아야 하고, 머릿결 좋아지려면 컨디셔너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맞아. 손톱이 길어져서 펜을 쥘 때마다 손이 콕콕 찔리는 불편함이 싫은 나는 매주 일요일 손톱을 깍는 루틴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을 자주 청소해줘야 한다. 화장실도 락스를 이용해서 청소를 해줘야 하고, 깨끗한 옷을 입기 위해서는 세탁기도 자주 돌려야 한다.
사람답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신경쓰고 품이 많이 든다. 매일 매일 머리도 감아야 하는데, 꼬질꼬질하게 떡이 진 머리는 샴푸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된다. 컨디셔너는 사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컨디셔너를 하게 되면 머릿결이 확실히 부드러워진다. 그로 인해서 컨디셔너를 하고 난 후에 머리를 드라이하고 빗으로 손질을 하고 나면 부드러운 머릿결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작 컨디셔너라는 한 스텝을 더 추가하는 거지만, 그것을 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는 꽤 크다. 하지만 컨디셔너를 바르면 몇 분간 방치를 해야하고, 미끌미끌한 특성 때문에 여러 번 머리를 헹궈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자주 스킵하게 된다.
대학 선배 언니가 내게 컨디셔너를 선물해준 것은 평소에 스스로를 더 신경써주고 챙기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아님 말구. 어쨋든 오늘은 머리 끝 부분에 컨디셔너를 듬뿍 발랐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바닥을 밀대로 밀고, 쓰레기도 버렸다. 내가 울적하지 않도록 옷을 챙겨입고 나가서 햇빛을 쬐며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를 내게 먹이기 위해서 슈퍼에 들려서 (반값 세일하는) 딸기를 샀다. 집에 와서는 잘 안 먹는 멀티 비타민도 챙겨먹었다. 내 취향의 노래도 스피커로 틀었다.
2025년이 되면서 다이어리에 적었던 내 2025 목표는 나 스스로를 잘 대하기였는데, 오늘은 꽤나 잘 지킨 날이다. 앞으로도 컨디셔너를 꼬박꼬박 발라봐야겠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