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의 목포살이
#1
시간 정말 쏜살같다.
초, 중, 고, 대, 대학원까지 서울, 경기도민으로 살다가 있다가 목포에 내려온 지 벌써 2년.
그전까지는 독립 안 하고 엄마랑 평생 살아야지 했던 캥거루족이었는데
생활 반경, 직장, 주변인 모든 게 순식간에 바뀌었다.
#2
내가 하고 싶은 가야금만 하는데 월급이 나온다니 신세계.
#3
나는 원래 음악 이외에 잡다한 취미를 강박 수준으로 찾아 헤맸다.
음악은 본업이고, 아예 다른 분야를 취미로 삼아야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듯하다.
베이킹, 필름카메라, 수영 등등.
목포에 내려오기 한 1년 전쯤부터 시작했던 믹싱, 작곡 레슨을 친구와 지금까지도 가고 있다.
목포 내려온 이후에는 오븐이 없어서 베이킹을 못하고, 필름이 단종되어 카메라도 모두 본가에, 수영장은 코로나 때문에 열지 않아서 다 패스. 본업도 음악, 취미도 음악이 되었다.
오히려 밸런스가 맞는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내 에너지를 삼켰다면, 지금은 직장에서의 음악 본업으로서의 음악이 있고, 취미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니 갖다붙이긴 웃기지만 워라밸이 맞는다.
워라밸이라는 말에 왜그렇게 집착했을까 싶기도 하다. 진정 원하는일을 업으로 한다면 남은시간도 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조차 자연스럽고 행복일텐데.
알음알음 구입한 장비들로 홈리코딩해서 작업하고, 곡 쓰고, 가야금 연습하고. 집순이에게 최적의 환경이다.
#4
예상했던 수순대로, 직장이 생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요새 스멀스멀 올라오는 권태와 아직까지도 붙어있는 나의 재능에 대한 의심. 울타리 안에 있어서 도태되진 않을까 걱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믿는 것은 꾸준함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사랑의 힘이다.
한순간의 영감으로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있는 반면, 나 같은 생활형 예술인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 모든 것이 세상의 밸런스이다.
If you hear a voice within you say you cannot paint,
then by all means paint and that voice will be silenced.
내가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반드시 그림을 그려라.
그림을 그릴 때 비로소 그 생각은 잠잠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