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인지기능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치매검사다.
파킨슨 투병이 6년째 접어들면서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가끔 헛것을 보시고 엉뚱한 말씀도 하신다. 그럴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부디 치매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기다렸다.
제법 긴 시간 검사를 마치고 나온 아버님의 얼굴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아버님을 부축해 의자에 앉히고 나자 보호자 면담이 필요하다고 들어오라고 했다. 아버님이 대답하신 사항에 대한 정확도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일종의 정답 체크라고 할까.
의사가 아버님이 대답한 문항을 들고 내게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자식이 네 명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자식이 딸 셋에 아들이 하나라는 건 정확히 맞히셨다.
하나뿐인 아들이 둘째라는 건 맞혔지만 딸 중 하나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집이 이층 단독주택이라는 건 맞혔지만 주소는 틀렸다.
당신 생일이 3월 3일이라는 건 맞혔지만 음력과 양력을 구분하지 못했다.
뱀띠라는 건 맞았지만 나이는 열 살이나 후려쳐서 여든둘이 아닌 일흔둘이라고 답하셨다.
계절이 겨울인 건 아셨지만 몇 년도의 겨울인지 그리고 몇 월을 살고 계시는지는 대답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 외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대충 속으로 계산해봐도 50점 정도가 나왔다.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고 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날의 영민하시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을 나서는 아버님을 부축하는데 긴 검사가 많이 힘드셨는지, 아니면 파킨슨의 증상이 악화된 건지 몸이 점점 앞으로 숙여졌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종종걸음을 걸으시는 아버님이 넘어지지 않게 난 팔을 더 꽉 움켜쥐었다.
병원에 다녀오니 어머니는 한숨과 함께 내게 말씀하신다.
"네 아버지 저렇게 걷지 말라는데 왜 저렇게 자꾸 종종걸음을 걷는지 모르겠다."
아버님의 걸음은 점점 안 좋아지고 그런 아버님의 걷는 모습이 어머니는 보기 싫다고 한다.
"어머니! 아버님이 저렇게 걷고 싶어서 걷는 게 아니라 편찮아서 그러신 거잖아요. 몇 번 말씀드렸잖아요."
"보기 싫으니까 그래."
속상한 어머님 마음을 모르는바도 아니지만 아버님께 자꾸 잔소리를 하시는 어머님이 서운했다.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의 늙고 병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잔소리를 퍼부어대면 아버님이 다시 건강해지기라도 할 것처럼 어머니의 힘찬 목소리는 오늘도 담을 넘는다.
"똑바로 좀 걸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