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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진 Jun 07. 2022

34. 비 오는 날의 선창가

우중 속의 목포항



34. 비 오는 날의 선창가

우중 속의 목포항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바뀌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추위 때문에 거리를 다닐 수 없으니 스케치를 그리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심지어 삼학도를 마주 보는 선창가에, 목포항의 뷰가 잘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곳마저도 없으니 비바람을 피하며 목포바다를 그리는 일은 더욱 어렵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번 지인분과 함께 잠시 들렸던 카페가 생각났습니다. 선창가의 보리밥 골목길과 해장국집 사이에 끼어있던 독특했던 카페. 바다를 상징하는 화이트와 블루색의 예쁘장한 건물 외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그리 넓지 않은 1층과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길이 보입니다. 2층 다락방에 오르면 커다란 창문 맞은편으로 삼학도가 보이는 목포항의 모습이 활짝 펼쳐집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스케치하기에 참 애매한 풍경 입니다. 주요 포인트는 명확하지 않고 주차장의 차량들만 참 많으니 말이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보이는 대로 그리자고 결정하고 스케치북 위에 선을 긋기 시작합니다.그림을 그리는 동안 예술가 패션을 자랑하는 사장님은 팔고 있던 커피콩을 서비스라며 내어주었습니다. 인심도 좋고 패션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이라 그 뒤로도 종종 카페를 찾고는 했습니다.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니 얼어있던 몸이 녹으며 포근한 기분이 드네요.나는 신기하게 여행 때마다 매번 비를 만납니다. 그래서인지 빗 속의 여행은 아주 익숙하기도 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비가 와야지만 만날 수 있는 풍경들도 있으니까요. 우중 속의 목포항은 그야말로 '낭만 항구'라는 말이 잘 어울릴 만큼 감성적인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멋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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