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리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 하는것이 뭘까.
구도? 비례? 투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법들을 말한다. 물론 그림 초보자들에게는 이러한 기법들이 어려운것은 맞지만 조금만 더 원초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스케치북을 가방에서 꺼내는 일'이다.
경험 많은 스케쳐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스케치북과 그림도구들을 꺼내 그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그리기는 아주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일상이다. 그러나 그림 초보자들에게는 이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서 그림을 그려도 되나?' '사람들이 내 그림을 쳐다보지는 않을까?'
스케치를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해야할 여건들이 아주 많다. 주변환경과 그릴자리, 주제, 타인의 시선 등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그리고 싶은 마음이 식거나 타이밍을 놓쳐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또 매일 반복되는 일과들과 모임 등 사람들도 만나야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휴식도 취해야하니 그림그리는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러고선 '바빠서 그림 그릴 시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보통 가장 한가롭고 여유로운 날과 시간을 골라 책상위에 그림도구들을 셋팅하고서 '이제 그려보자'라고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야지만 그제서야 펜과 붓을 움직이며 그림을 그리게 된다.(물론 이렇게라도 그리기를 포기하지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림그리는데 투자할 시간은 많지 않으면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인류가 동굴 생활을 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본욕구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자연스럽게 스케치북을 꺼낼 수 있을까.
그것은 습관화가 되어야 한다. 일상속에서 쉽게 스케치북을 꺼낼 수 있으려면 일단, 도구들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손바닥과 같거나 그보다 조금 큰 정도(A6 또는 A5)의 스케치북과 휴대하기 좋은 그림도구들은 자릴잡고 크게 펼쳐야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다면 눈에 띄고 스케일이 작은, 보다 쉽게 그릴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한장 한장 스케치북을 채워가다보면 어느새인가 그리기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그림도구를 꺼내는 일은 아주 자연스럽고 쉬운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