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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관적미디어HJ Aug 30. 2018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평범한 가정요리의 놀라운 힘, 책<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최근 ‘KBS 생로병사의 비밀 - 2015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라는 옛 다큐멘터리를 봤다. 살을 빼려고 단식원에 들어가는 여성들에게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비법을 전해주는 것이 중심 내용이었다.     


다이어트의 뜻(출처:Daum 백과사전)


 ‘다이어트(diet)’의 사전적인 뜻은 한마디로 ‘덜 먹는 것’이다. 살을 뺀다는 의미로 현대에 잘못 사용되고 있지만, 본질은 음식을 조절하여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한 음식 조절 비법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세끼 꼭꼭 밥을 먹어라.’라는 것이었다. 밥을 먹지 못해서 배고픔이 생겨나고 그 틈을 놀라운 맛을 지닌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가공식품이 비집고 들어간다. 아이스크림, 빵, 패스트푸드 등 한 번 가공식품의 맛에 길들면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그 음식을 끊기 힘들게 된다고 한다.     



 가공식품을 영원히 퇴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우리가 늘 먹던 ‘특별할 게 없던 가정요리의 맛’이었다. ‘세끼 한식으로 밥을 챙겨 먹을 것’이야말로 무리한 체중조절로 늘어난 몸을 위로하고, 심리적인 배고픔에 허덕이던 그녀들을 위로하는 방법이었다.     


 2018년 4월 새로 나온 도이 요시하루의 에세이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이 위의 다큐멘터리와 상당한 부분의 내용을 공유한다.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 출처: 교보문고


 작가 도이 요시하루는 요리의 본질과 철학을 파헤치는 눈을 지닌 인물 같다. 요리연구가의 입장에서 맛있는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뿐만 아니라, 요리가 지닌 의미와 철학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런 그가 가장 좋은 식사법으로 소개한 것이 ‘일즙일채’라는 식사방법이다. 식사는 화려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밥, 하나의 국, 하나의 반찬이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으로 고쳐 이야기하자면 직접 만들어 먹는 ‘가정 요리’야말로 모든 식사의 중심이란 것이다.     



 출근하느라 바쁜 와중에 시리얼로 식사를 대충 때우고, 점심시간에는 간단한 샌드위치, 저녁은 거르거나 야식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     


 SNS와 같은 매체들에서는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이라며 자극적인 맛과 비주얼을 앞세운 외식요리의 향연이 넘치다 못해 흐른다. 주린 배를 움켜쥐며 다이어트란 면죄부를 주면서 먹방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가정 요리’란 어쩌면 따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책의 구절을 빌려 말하자면 ‘그냥저냥’,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에 무슨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작가는 직접 만든 요리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한다. 가정 요리 속에는 요리를 만드느라 들인 수고로움이 있다. 음식 재료를 선택하는 나의 의지가 들어가 있다. 요리를 먹고 즐기며 사람과 나누는 경험이 녹아 있다. 그 과정을 준비하며 앞으로의 삶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배우고 전수한다. 가정요리의 ‘그냥저냥’한 맛은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힘을 지닌 것이다.  

   

 덧붙여서 가정 요리라고 별것이 있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검소하게’라는 것을 목적으로 세끼를 먹으면 된다. 겉모습에는 치중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레’와 ‘케’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하레’와 ‘케’는 우리 식대로 말하자면 잔치 음식과 가정 음식으로 볼 수 있다. 늘 맛있는 음식만 먹고 살 수 없듯이 하레와 케의 절대적인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속 일즙일채 식단의 향연

 또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요리의 힘을 이야기해준다. 작가의 경험처럼 부모님이 주신 음식에서 큰 감사를 느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요리를 받은 만큼 내 요리로 이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맛있을 필요는 없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서 궁리할 필요도 없다. 요리를 통해 받았던 기쁨만큼을 담아 요리하고 함께 먹고 나누면 되는 것이다.     


 책의 끝에서는 현대인의 ‘생활습관병’을 소개한다. 이는 흔히 말하는 대사증후군의 일종들, 당뇨와 고지혈증, 고혈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이야기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앞서 이야기한 다이어트에 목을 매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생활습관병에 걸린 이들일 것이다. 이들의 식사에는 먹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간관계가 소멸하여 있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 음식을 먹는 과정, 음식을 정리하는 과정. 세 단계가 뚜렷하게 눈에 보일 때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일즙일채’, ‘가정 요리’의 힘의 원천이 이곳에 있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쓰였기 때문에 다소 이해가 더딘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음식 철학을 이야기하는 다정한 작가의 문체를 찬찬히 살펴보면 큰 보물이 숨어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평범함이 주는 기적을 손수 지은 한 끼 밥상을 통해 경험해보자.      


나만의 방식으로 도전한 '일즙일채' 식단



*교보문고 -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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