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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Feb 07. 2021

영수증 서점 일기 바뀌었나요?

다다르다 서점일기 #62 영수증 서점 일기 바뀌었나요?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영수증 서점 일기가 바뀌었냐고 물을 때마다 마음이 콕콕 찔린다. 아끼는 공간이라며 친한 친구를 데려온 손님은 사장님이 일기를 매일 바꿔주신다고 (제가요?) 전했다. 손사래 치며 아니라는 말을 했더니, 실망한 눈빛이다. 이마로 향한 시선이 따갑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콕콕 찌른 것만큼 무거웠다. "게으름과 맞서 싸워 이길 때마다 일기를 쓰는데, 요즘은 매일 져요."라는 말로 답했지만 당분간 쓰이지 않을 일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뮤지션 요조의 신간을 읽고 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책에는 평소 아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나온다. 알고 싶은 사람들마저도. <아무튼, 떡볶이>를 읽을 때도 그랬는데 세검정과 부암동, 서울의 북쪽 어딘가를 산책하던 도중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서울에서는 좋아하는 유명인을 만날 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대하는 것 같은데, 내 속 마음은 그렇지 않다. 가서 만나서 반갑다고, 평소에 좋아하고 응원한다고 말을 꺼내기 직전의 감정이다.) 위고 출판사의 대표와 뮤지션 시와의 이야기. (아직 위고 출판사 조소정 대표 이야기까지 읽지 않았다.) 어제는 요조의 신보 <모과나무>와 생각의 여름 <대전> 노래를 번갈아 들었다. 마음은 대전발 열차를 타고 바람 부는 제주도로 훌쩍 떠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상상으로도 마음이 개운해졌다. 떠날 수 없을 때는 떠나는 상상으로 새로운 감정을 채운다.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야 어쩔 수 없지만, 줄곧 여행의 영감을 전해주는 이들이 있어 덜 힘들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그 아픔을 딛고 한층 더 성장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혹은 고정관념이 있다고, 왜 꼭 가족의 죽음을 극복해야만 하고 그것이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만 하느냐고. 슬프면 쭉 슬픈 대로, 회복하지 못하면 회복하지 못한 대로 남겨둘 수도 있는데."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예상치 못한 이별을 감내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가끔은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에 억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무치게 그립다는 표현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순간들.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조차도 흐릿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에게 고통을 덜어내는 이야기를 듣는 수밖에. 


    책과 공간, 사람을 통해 지역을 선순화시키자는 마음이 뚜렷했다. 구성원들이 있을 때에는 더욱 미션이 강했지만 최근 혼자 일하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특히 코로나 이후에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면서 어떻게 이 미션을 해결해 나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도시여행자 공간을 떠나며 힘을 모아주던 '지역자산화' 프로젝트도 1월 마지막 날로 마무리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별 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엄청난 실험이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도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 서점을 넘어 지역사회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서점원 라가찌)



"그러나 비건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대한 일이기도 했다.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으로까지 자기 감수성을 넓히는 일이자 스스로의 건강을 확실히 챙기는 진정한 자기애의 실천이었고, 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그릇된 구조의 일부를 향한 몸의 정치였기 때문이었다." (p.180)


"나는 사진을 찍으며 슬퍼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으면 늘 엄청난 속도로 슬퍼지는 것 같다. 손해 보는 걸 싫어하는 내 약삭빠른 마음이 슬퍼하지 말고 그저 이 순간을 신나게 만끽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온다. 만끽이라는 건 언제나 약간 울고 싶은 걸 참으면서 하는 것일까. 그럼 그건 어떤 얼굴일까." (p.230)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요조, 마음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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