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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가찌 Sep 11. 2022

함께 사는 삶

다다르다 서점일기 #70 유년 시절

@다다르다 , 대전 은행동 

 

 1. 사춘기 시절, 장애를 가진 형이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형과 함께할 수 없는 사회가 싫었다. 형은 매번 위탁 시설에 맡겨졌고 당시 중등 특수 교육, 고등 특수 교육 과정이 온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맞벌이 부부의 환경에서 지체 장애를 가진 자녀를 특수학교가 아닌 정신과 병동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난 그 마음을 헤아릴 만큼 마음이 크지 않았고, 주말이면 이틀 내내 면회를 가는 아빠의 손을 붙잡기 싫어 열 발 자국 뒤에서 툴툴거리며 아빠의 뒷모습과 땅을 번갈아봤다. 아빠는 누구보다 검소한 분이었는데, 형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잔뜩 싸들고는 왕복 5km의 거리를 걸었다. 한 번은 형과 시내버스를 탔는데 형이 자리에 앉기 전에 버스를 출발시키는 기사님이 얄미웠다. 노동 강도가 셌던 탓일까, 몸이 불편한 줄 알면서도 최소한의 배려는 없었고, 다른 승객들의 따가운 눈초리만 몰려올 뿐이었다. 한참 지나 대학교 휴학 중에 버스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인쇄까지 진행하지 못했지만) 매거진을 통해 버스에서의 아날로그 일상을 기록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도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를 제안하고 싶었다. 


2. "우리 사회는 꿈을 너무 오래 말하는 사람을 억압한다. 너무 오래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을수록 철부지 사춘기 미성숙한 소년쯤으로 여긴다." 

<아무튼, 메모> 정혜윤, 위고 중에서 


3.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마음산책 중에서 


4. "공부는 독서의 양 늘리기가 아니라 자기 삶의 맥락 만들기다. 세상과 부딪치면서 마주한 자기 한계들,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얻은 생각들, 세상은 어떤 것이고 사람은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수정해 가며 다진 인식들." 

<쓰기의 말들> 은유, 유유 중에서 


5. "지구본 위에 어디쯤 한 점으로 놓여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상상을 한다. 서로가 보내는 고독의 신호를 읽어 내는 우정의 공동체다." 

<쓰기의 말들> 은유, 유유 중에서 


6. "우리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정당하게 항의하는 방법과 사회적 관계에서 곤란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을 지키는 법에 대해 너무나도 안일하게 생각해왔고 무지했을 뿐이다." 

<피구왕 서영> 황유미, 빌리버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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