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30.
의도치 않게 한 주나 감기에 시간을 잃어버렸다. 어쩔 수 있나. 쉬어야지. 덕분에 쓸 수 있는 많은 여유 시간은 사라지고 또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쉴 때 글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면서 쉰다. 생각을 종이접기 하듯 접어 하나의 글 안에 모양을 만들어 놓는다. 때로는 엉망인 글도 나오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나의 글은 내 필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쉬는 것도 잘 쉬어야 한다. 잘 쉬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쉬면서 주요한 건 역시나 몸관리. 입맛이 떨어져 먹고 싶은 게 없어도 먹어야 한다. 몸 관리 할 때는 좋지 않은 당분도 아플 땐 필요하다. 빠르게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고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잔병치레는 안 하지만 아플 때 엄청 아파지는 게 요즘 감기의
특징인가 보다. 감기도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감기의 가격도 올라갔다. 치료받는 데에는 예전보다 더 비싸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글을 적었다 지웠다 하면서 나는 고요한 하루를 보내는 편이다. 생각을 적는 것은 생각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글로 표현된 생각은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논리적 순서와 감정이 함께 담기고, 동시에 인과성이 더해진다. 즉 글은 생각을 나열하고 정돈하며 논리성을 만드는 훈련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을 훈련이라기보다는 놀이쯤으로 여긴다.
예전에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한참 글에 힘을 쓰던 시절에는 이런 여유는 없었다. 글을 쓸 때도 목적이 선명했고, 그러다 보니 글에 맛이 없었다. 글의 맛이 살려면 기븐 좋은 대화를 하듯 자연스럽게 글이 풀어져 있어야 하고, 작가의 어깨에도 힘을 빼야 한다. 힘이 너무 세면 오래 읽기가 어렵다.
짧게만 쓰는 것도 재미가 없다. 짧은 글은 읽기 쉽지만 메시지가 담기기 어렵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독자가 1-2분은 읽어볼 만큼의 무게가 있어야 한다.
글을 계속 적다 보니 천 편이 넘는 글을 쓰고, 그 시간이 10년을 넘어가고 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얼마만큼의 글을 쓸까? 그래서일까 오늘은 문득 AI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쓴 모든 글을 학습시킨 AI가 있다면 꽤 재밌을 것 같았다. 누군가 나 몰래 만들지도 모른다. 나만큼 일기를 꾸준히 많이 온라인에 쓴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어쩌면 이미 기네스 기록쯤에 도달해있진 않으려나.
거기에 더불어 내 유튜브 영상까지 한다면 아주 정교한 클론 한상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클론이 얼마나 내 지식을 알고 있을진 몰라도 내가 공개한 모든 지식과 만든 발자취를 학습했다면 거진 내가 살아온 길을 AI를 통해서 다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델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고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GPT의 모델 기능을 이용하면 충분하다. 다만 내가 그렇게 진지하게 시간을 쏟아 만들어도 그걸 굳이 쓸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점이 관건이겠지. 나는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아니니 말이다.
내 꿈은 이런저런 모습으로 버킷에 담겨있지만 하나같이 아름답다. 내 꿈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내 꿈은 내 손으로 쟁취할 수 있는 꿈들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어디선가 굴러 떨어져 오는 행운을 꿈으로 두고 살지 않는다. 명확한 인과관계 속에서 준비된 삶을 만들고 꿈을 달성하고 싶을 뿐이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도 사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감기에 걸리기 전까지 꽤 고강도로 체력 훈련을 하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여러 일들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나의 꿈은 막연한 어느 때가 아니라 완성될 날짜가 정해진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확한 숫자가 있다 보니 쉬어야만 하는 날이 올 때 예비한 시간이 밀려 아쉽기도 하지만 동시에 쉼이 감사하기도 하다. 다른 모든 것들을 온전히 내려두고 쉴 수 있는 순간도 살면서 자주 허락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픈 건 유쾌하지 않지만 아픔이 끝나가니 감사함도 있다. 이게 안 아프고 일어나는 느낌이구나. 원래 사람은 아침에 이 정도 개운함이 있는 거구나. 이런 걸 잊는다는 게 멍청해 보이지만 낯설 만큼 아픔은 이질적이다.
오늘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날. 딱히 거리낌은 없지만 몸이 빨리 다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이제는 완전히 기침이 멈추길. 이제는 아주 건강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