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과정

2026. 2. 4.

by 한상훈

나는 TEDx 강연을 해본 적 있지만 그 사실을 별로 밝히지 않았다.

나는 출판사에게 출간 제안을 받아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책을 써왔고, 그중 2권은 출판됐고, 1권은 온라인에 공개했으나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개발자 강의 플랫폼에서 강사 제안을 받았고, 실제로 일도 했으나 강사로 먹고 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유튜브로 구독자 1만 명을 넘겼고, 유료 구독자는 200명이 넘고, 올린 영상이 900개가 넘지만 스스로를 유튜버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공개된 플랫폼에만 올린 글이 1000개가 넘고, 브런치 구독자는 이미 과거에 5천 명을 넘겼었고, 올리는 글마다 구글 검색에서 최상단에 올릴 수 있었지만 이를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나는 서른셋이 될 때까지 5번의 회사를 세웠고, 4번은 폐업해 봤고, CTO로 일했던 곳과 임원으로 일했던 곳을 합하면 10번이 넘었다. 만났던 고객사는 수십, 수백 곳에 만난 대표들과 협회 사람들을 합치면 수천 명이 되지만 그 사실을 굳이 떠벌리지 않았다.

나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한국을 걸쳐 현재는 미국을 거점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각 국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구구절절 떠들기보단 감추며 살았다.

나는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많은 빚을 사실상 탕감해 주었고, 나에게 빚진 대표들에게 자유를 주었으나 그 대표들 중 이후 일부라도, 단 돈 만원이라도 송금을 해서 탕감의 감사를 전한 이들은 없었다.

나는 크립토 생태계에 있을 때 온갖 불법적인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대외적으로는 화이트 한 사람들도 만나봤지만 정작 회색영역에서 공개되면 불편한 일들을 처리하는 대표들을 봐왔다. 그들을 인터뷰하려 했지만 대부분은 거절했고, 나는 모르는 척 넘어갔다.

나는 한 때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을 싹 다 공권력의 심판을 받도록 애써보았지만 칼춤을 추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과 칼춤을 출 때도 칼춤 추는 사람의 주머니를 채워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다.

나는 첫 제품을 중학생 때 성공시켜 봤고, 동시에 중학생 때 실패도 해봤다.

나는 살아남아보려고 발버둥 친 모든 기록들이 지나고 보니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하나하나를 자신의 설명글에 넣어 자랑할만한 일들이지만, 자랑할 필요도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 같았다.

나는 나를 무척이나 잘 알고 아무런 자격지심도 없다. 누군가가 나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부럽지도 안타깝지도 않다. 그것은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는 현재의 상태일 뿐 결과가 아니다.

좋은 대학 갔다고 인생을 성공한 게 아닌 것처럼 현재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그 회사가 10년 후에도 살아남아 견고한 위치에 서있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건을 구구절절 말하기보단 과정 속에 있고 싶다. 현재의 과정에 완전히 몰입해 살아가다 보면 내 입으로 내 과거를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나는 현재 모습 그대로 빛날 수 있다. 사람은 과거에 어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바로 지금의 모습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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