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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28. 2020

90년대생의 삶

90년대에 태어난 나같은 사람들은 이제 한참 돈을 벌기 시작해야할 나이가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돈 버는게 산 넘어 산이다. 90년대 생들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다들 열심히 살았다. 바보마냥 공부했고, 대학다니고, 학점 따고, 취직 준비 다들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일할 곳이 너무 부족하다. 어떤 이들은 중소기업, 힘든 일을 이야기하지만 모두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당장 그렇게 공부시킨 이유가 대우받고 살아가라고 돈쓴건데 말이다.


그 뿐일까?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보다 쉽게 의식주 정도는 맞출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컴퓨터 한 대로 TV, 놀이,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들까지 모두 해결하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무료로 주어진건 무척이나 많은데 돈다운 돈을 벌어 사람답게 살기엔 어려워졌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지경이 된걸까?


IMF를 필두로 리먼사태, 코로나까지 경제가 두둘겨 맞으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급속도로 낮아졌다. 경제 살리겠다고 많은 대통령들이 도전했지만 지금 현상황이 과거를 말해준다. 지금의 일자리 숫자가 상태를 말해준다.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공채는 줄이고, 일정도 늦추는 세상이다. 그뿐일까? 젊은층 일자리에서 잘된다는 소식을 들은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업이 살아나서 코스피 지수가 쫙쫙 오르길 바라지만 한국의 경제 지표들을 보면 그 어떤 것도 낙관적이지가 않다.


90년대 생이 성인이 되서 무엇을 보고 배웠는가? 아이폰이 나오고,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플렛폼 산업이 나타나고, 전세계적인 저성장의 시대가 왔다. 시중에 돈은 돌지 않아 금리는 낮추고 낮춰, 마이너스 금리를 가는 나라도 생겼고, 양적 완화로 천문학적인 돈이 시장에 도는걸 봤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배우는건 회사에서 쓰지도 않는 지식들에, 당장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어진 세상이 됐다. 경제 위기는 계속 찾아오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남의 말을 듣고 정치를 하질 않나,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이 뿐인가? 노동 가치의 하락도 비참하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올라, 이제는 대출없이 집을 산다는건 상상도 못한다. 계속해서 노동가치의 하락이 있어왔으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출산율을 계속 떨어지고, 부양해야할 노인은 늘어간다. 지하철과 버스에 늘어가는 노인 좌석만큼, 젊은이들이 쉴 공간은 줄어들었다. 온갖 갈등이 한국에 퍼져있어서, 지역이 지역을 비하하고, 성별이 성별을 비하한다. 당과 당이 비난하고, 나이와 세대로 비난한다. 혐오가 한국에 가득한데 이것을 90년대 생들이 모두 만든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90년대를 비롯한 모든 세대가 노력하고 이뤄낸 결과가 지금의 처참한 대한민국이다. 

 

안타깝고 힘든 시기다. 한국의 약한 내수 산업은 코로나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박살나고 있다. 은퇴 이후에 생존이 어려우니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몰려들어 수 만개의 비슷한 식당, 카페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국가도 해답을 몰라 허둥지둥한지 오래다. 이번 정권만 욕하고 싶진 않다. 한국의 경제를 보면 돈을 모으는것 자체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걸 보여준다.


얼마전 갭투자가 한참 인기였던 기간이 있었다. 빚내서 부동산 사고, 비싸게 팔아 돈버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한국 전체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크다. 땅은 좁고, 도시에서 살길 원하고, 조금만 가격이 낮다 싶으면 빚을 내서라도 산다. 강남불패라는 말을 누가 만든것일까? 바로 일안하고 돈버는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노동의 가치는 형편없고, 부동산과 같은 재산의 가치는 계속 높아진다. 노동의 가치가 낮아지고, 더이상 뽑아주는대도 없으니 90년대 생이 무엇을 선택해야할까? 돈을 모으고 모아 5%도 안되는 이자 받아가며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참 미래를 꿈꾸기 힘든 세상이다. 내 친구들 중 서른이 된 지금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이력서를 적게 내서 그럴까? 그들이 멍청해서 그런걸까? 다니던 직장이 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영업 죽는다는 말은 그렇게 자주하면서 거기에서 월급 200도 못받고 일하는 초년생들의 삶은 어떻겠는가? 파리목숨처럼 위에서 문닫으면 딱히 갈 곳도 없다. 큰 회사들은 공채를 늦추고, 줄이는 세상에, 일자리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


몇몇의 사람들은 이들을 욕하기도 한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비싼 옷에, 비싼 커피에, 비싼 스마트폰을 항상 챙겨야 한다면서 말이다. 단언컨데 모든 젊은이가 그렇게 살지 않는다. 나만해도 스마트폰 노트5 지금 몇년째 쓰고 있는건지 기억도 안난다. 수리 센터 3번 넘게 가서 고쳐서 쓰고 있고, 카페 앉아서 비싼 커피 한 달에 몇 번이나 마실까? 편의점 2천원 커피 먹는다. 비싼 옷을 산다? 생각도 못해봤다. 겨울에 롱패딩 하나 사고, 2년전 산 패딩하고 번갈아가면서 입고 살았다. 신발 1년에 2켤레 사서 신었다. 그것도 작년하고 재작년에 산게 없어서 사게 됐던 것이다.


무슨 90년대생 모두가 카페에서 낭만을 즐기고, 욜로 욜로만 외치는 줄 아는 사람이 있나본데, 제발 그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왜냐면 나와 내 주변 친구들, 그리고 함께 일하는 80년대 후반의 선배들 모두 넉넉치 않게 살아간다. 입었던 옷 또 입고, 아끼고 살아도 한달 살고 나면 남는 돈 얼마 되지도 않는데, 뭘 그렇게 더 아끼고 아끼라는건지.


이렇게 말하고 싶다. 40~50대가 힘들어서 주저앉는 시기에 돈도 없는 20~30대가 풍족할까? 90년대생들 가진게 없다. 가진것도 없고, 앞으로 가질 일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괜히 힘들다고 하는게 아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일할 사람들이다. 넉넉히 벌면 연애도, 결혼도 하고 집도 사서 알콩달콩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이 모두 저성장에 전세계가 통행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전염병으로 사망자 속출하는 세상이다. 주가가 10년전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세대간 싸움을 하고 싶진 않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집 한 채, 작은 가족이라도 이룰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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