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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28. 2020

일요일 오후 4시

죽음을 생각해보던 시간

매주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항상 죽음을 생각했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대학교 2학년쯤부터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왜 이 시간마다 죽음을 생각했을까? 아마도 주말 내내 교회서 일하다가 집에 돌아와 있으면 생긴 그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왁자지껄하게 수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현실이라는게 매번 모양이 달랐지만 고통스러웠다. 대학생 때는 친구도 없는 서울로 돌아가 대학 생활을 하는 일이었고. 수중에 남은 돈도 얼마 없어 이번주는 뭘 먹으면서 살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여비라도 아끼기 위해 3시간이 넘게 지하철을 타고 간다. 고속버스를 타면 왕복 13,200원이 넘는데, 지하철과 시내버스만 이용하면 5,200원에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돈을 아껴서 도착한 서울 집은 몇 평되지도 않은 고시원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가 최악 중 최악이었던 것 같다. 중량천을 따라 군자역 옆 허름한 고시원에 살았었는데, 이곳은 단언컨데 인생의 밑바닥에 머무시는 분들이 살던 곳이라 할 수 있다. 40~50대 되는 남자 분들 혼자서 라면과 깡소주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연명하시고 계셨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홀로 늙어가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마른 기침 소리가 마치 비명소리처럼 들렸다.


대학교 3학년, 4학년 그리고 창업을 하면서도 언제나 비슷했던 것 같다.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와야 할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나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왜 힘든 한 주를 또 견뎌야 하는지, 왜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고, 왜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자기 부정도 하면서 말이다. 매 순간 이겨내자 하고 쉬운 길보다 힘든 길을 택했는데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으니 그 어디로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탈출구가 없으니 사람이 생각해보는건 한가지인가보다. 죽음. 내가 죽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그 때마다 내가 죽음을 택하지 않고, 다시 한 주를 이겨냈던건 다름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내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나는 죽음을 택할 수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수 없이 많은 순간 그들은 나를 지켜줬다. 아마도 그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그들이 나를 향해 미소 지어준 짧은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켜줬다.


고맙다. 잘 지내는지 물어봐줘서. 별 일 없는지 물어봐줘서. 인사해줘서. 미소지어줘서.


당신 덕분에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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