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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pr 09. 2024

메시아

2024. 4. 9.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은 기독교에서 배척당해 온 책인 듯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창조론 반대 의견을 펴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이니 말 다했다. 그런 이유에서 오랫동안 이 책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나에게 창조론은 기독교 교리의 연장선으로 교리처럼 학습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와서 보면 참으로 허탄하기 그지없다. 대부분의 문서들은 진실을 감추거나 엉뚱한 논리로 호소하거나 해석의 문제가 있는 두루뭉술한 표현의 연속이다. 100명에게 100개의 해석이 존재하는 고대의 문서를 바탕으로 쌓아온 진리는 사실 진리가 아닌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선택한 것도 그 과정에서 정교회와 가톨릭이 나뉘는 것도. 베드로를 신성시하고 교회 간에 우위를 만든 것도 모두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종교사적 사실은 금기시되고, 사실이 드러남으로 간접적으로 자신의 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같으면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이해는 간다. 뇌는 자신이

자기라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 공격받을 때 방어기제가 발현하기 때문이다. 틀린 이론도 신의 말씀이라며 주장하던 천동설 지지자들도 신의 이름으로 과학을 말해온 것처럼.


사실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이들은 결국 메신저를 공격한다. 사실로 이길 자신이 없어진 모든 이들의 선택지이다. 재밌게도 메신저를 향한 공격은 효과적으로 권위를 추락시키고, 논리의 뿌리를 흔든다. 뿌리가 흔들린 논리는 설령 그것이 옳은 말이라 해도 사람들은 저의를 따져보며, 해석을 다르게 하기 시작한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깡패가 말하는 걸 누가 믿어주겠냐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우리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걸 비겁하다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것의 노예이며 사실상 바꿀 수 없다.


아무리 정의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이가 있더라도 내 가족을 살해한 범인이라면 그 사람의 모든 메시지는 위선으로만 보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앞으로도 영원히 메시아는 없을 것이다. 메시아가 그 어떤 기적과 선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들 사람들은 그의 과거를 살펴볼 것이고, 저의를 의심할 것이다. 재밌게도 자신을 메시아라 주장하는 인간은 매년 전 세계에서 탄생하고, 그들을 메시아로 숭상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돈과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걸 바치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정령 숭상할 존재가 필요한 것일까. 불확실한 미래에 기댈 존재가 내 인생을 파멸시킬 인물이라도 꼭 필요한 것일까.


리처드 도킨스는 이와 같은 숭배로 이뤄진 세상이 잃고 있는 것에 대해 종종 말한다. 인간에게는 동물에게는 없는 상상이라는 무기가 있어 진화하여 문명을 이뤘으나 그 상상의 결과로 만들어진 신이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갈등으로 이끌고 파괴해 왔다. 인류사 대부분에 있었던 수많은 갈등 기저에 있던 종교 분쟁과 권력의 도구로 종교를 사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기적이다. 참으로 이기적이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끝없이 이기적일 수 있다. 그것이 설령 허상이어도 허상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운명의 철로를 달리는 기차와 같이. 모두는 각자의 욕망을 따라 이기적으로 생존을 탐한다. 생존에 적이 되는 이들을 무너뜨리고, 적으로 규정하며, 메신저를 공격하고, 합리화하며, 망각한다. 죄의식마저도 이기적일 수 있는 것이 인간이었기에.


설령 메시아가 도래한다 할지라도 아무도 그가 메시아라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온갖 쓰레기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는 인터넷 댓글 몇 개를 가지고 여론이라 말할 것이다. 자신의 종교와 다른 메시아라면 모든 종교에서 메시아를 박해할 것이다. 그가 행한 기적은 기만과 트릭이라 불릴

것이다. 일종의 마술쇼, CG라고 폄하할 것이다.


재밌을 것이다. 수천 년째 메시아만 떠들며 살아온 이들도 정작 메시아를 분별할 눈은 없다. 그들이 애지중지 다룬 성경은 수백 가지 번역본으로 무엇이 진짜 메시지인지도 흐릿해졌고, 메시지마저도 어디서부터 진리인지 학자들끼리도 싸우는 세상에서 메시아는 어떻게 기준에 부합하겠는가? 아마도 민주적으로 투표로 정하겠지. 마치 이단과 이단이 아닌 종파를 민주적으로 정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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