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30.
김정은 정권에서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총과 칼을 통한 협박일까?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의 계몽이다. 대한민국의 문화는 북한 사회를 뒤흔든다. 사상 교육을 통해 세뇌된 주민들이라 하더라도 빠르게 침투하는 대한민국의 문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사회를 잡기 위해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를 본 이들에게 극단적 형벌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내가 관심 있는 일도 동일하다. 인터넷이라는 무기는 독재정권의 힘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 안에서 소통할 수 있다면, 문화를 통해 계몽된 이들이 바라본 세계는 주입식으로 받아온 사상교육과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러한 깨달음은 주입되지 않은 자유를 준다.
세상에 온갖 미디어가 온갖 말들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급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목적을 향해 대등한 운동장에서 싸워야 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편향된 정보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언제라도 나와 반대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사상과 생각의 지평은 끝없이 넓어질 수 있다.
내 인생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도 이와 같다. 나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싫어할만한 일들을 하는 사람이고, 그들이 감추고 싶은 그들의 약점과 범죄들을 밝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부패한 정권에는 수많은 흔적이 남고, 그 흔적들을 모조리 지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치 빠르게 침투하는 문화 폭탄이 남북의 분단선을 휘청이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과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일은 그만큼 위대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가 모두에게 좋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계도의 대상, 감찰의 대상으로 다루며, 우민 정책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국민들이 얻는 자유와 지식이 극도로 불편한 일이다. 한국은 그러한 통제와 동시에 그러한 통제에 본능적으로 반발하는 DNA를 가진 민족인 것 같다. 그렇기에 평화가 외부에서 주입됐을지라도 그 안에서 민주주의를 발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했고, 그 핏값으로 자유로운 정부가 이 땅에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모두가 한 목소리만 내는 사회야 말로 공포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텍스트, 동일한 영상, 미디어를 봐도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이고, 그러한 자유가 있기에 문화가 꽃피울 수 있다.
나는 자유가 없는 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과 쌀뿐만 아니라 자유라는 인간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밥만 먹어서 살 수 없고, 고기만 먹어서도 살 수 없다. 때로는 도발적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불편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전한다.
예로부터 왕은 웃음거리의 대상이었다. 무대에서 왕의 탈을 쓴 광대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왕을 비꼰다. 현명한 왕은 그 안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찾고, 어리석은 왕은 광대의 목을 벤다.
광대의 목을 베는 왕들과 광대를 통해 자신을 깨닫는 왕은 각 나라마다 사회마다 다르게 존재한다. 나는 광대의 목을 베는 왕에겐 불편한 존재로, 광대를 귀히 여기는 왕에게는 존귀한 존재로 살고 싶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도 그것이며 나의 꿈도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