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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May 24. 2024

임원교육 이렇게 해보세요

대기업 제조공장의 임원 행동변화와 퍼실리테이션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한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인간 존중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구제불능에 대한 포기와 조롱의 의미를 품고 있다. 주변에 '꼰대' 선배가 있거나, 일 못하는 후배가 있어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면, 고쳐쓰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한편, 고쳐지지 않는다는 현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놓치고 있을지도 모를 다른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쳐쓰고 싶은 욕망을 실현해내는 '방법'이다.

잘 바뀌지 않는다는 대기업 임원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 사례와 이론적 배경을 소개한다.






1. 꼰대와 '3요' 세대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의 약어)  세상으로의 환경변화는 기업의 재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의 구성원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높은 지적, 경제적 수준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과 구성원의 변화 속에서 리더들은 ‘꼰대’라는 불명예스런 호칭을 들으면서 리더십 발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지적, 경제적 수준을 지닌 오늘날의 구성원들은 리더의 전통적인 권위적, 억압적 지시에 쉽게 따르지 않는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라며 물어온다는 ‘3요’ 현상과 같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받기를 원하고, 자신의 지적 능력을 업무에 적용할 기회를 얻고자 한다. 


[ET] “이걸요? 제가요? 왜요?” Z세대 ‘3요’ 주의보…임원들도 후덜덜 / KBS 2023.02.06.


‘조직보다 본인 중시’, ‘개인주의’, ‘공정성에 대한 열망’ 등의 특징을 보이는 MZ 세대는 요구는 많으면서도 예전같이 일에 열의를 보이거나 몰입하지 않는다며 구성원들에게 리더들의 불만은 쌓여간다. 


권위적 리더로부터 지시받고 반발없이 묵묵히 일하는 것을 바람직한 직장생활로 여기며 조직에서 성장해온 오늘날 리더들은 이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의문을 제기하는 구성원들이 낯설고, 까다로우며, 부당하게까지 여겨진다. 


‘3요' 처럼 의문을 제기하면서 리더의 권위에 도전하는 구성원을 고쳐쓸 것인가? 

구성원의 도전에 새로운 방식의 리더십으로 대응하도록 리더를 고쳐쓸 것인가? 


VUCA 세상에 놓여진 오늘날의 조직은 이 양자의 화해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HR의 화두가 되었다.

낮은 직무만족과 높은 이직율을 보인 한 제조업 공장의 직무만족과 이직율을 낮추기 위하여 영향력이 높은 TMT 간의 대화를 시도했다. 





구성원의 변화에 앞서 리더의 변화가 필요했다.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누적된 리더의 신념을 재검토하여 새로운 신념으로 바꾸어 가는 고쳐쓰기의 시도이다. 리더가 구성원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영향을 주는 것이 더 큰 편이므로 리더의 변화를 통하여 구성원의 변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VUCA 세상에 잘 적응하는 조직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꼰대’라는 오명을 쓸만큼 기존의 경험과 논리에 갇혀있는 리더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 

Icek Ajzen의 계획된 행동이론(Ajzen, 1991)과 크리스 아지리스의 행위이론(Argyris, 1976)을 적용하여 TMT와의 대화를 통한 행동 변화와 직무만족의 개선을 이루어냈다.


신념의 변화를 위해서는 내면에 숨어있는 신념 꺼내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그 신념을 다시 검증하여 수정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념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꺼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대화 도움을 준다(Black, 2008).


필자의 퍼실리테이션적 개입(facilitative intervention)을 통해 TMT 간의 대화를 효과적으로 촉진하여 평소의 대화를 뛰어넘는 신념의 비교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신념의 변화가 발견되었고, 구성원의 직무 만족도의 향상, 블라인드 게재 내용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2. 계획된 행동이론


Icek Ajzen의 계획된 행동이론(TPB, Theory of Planned Behavior)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이 바뀌기 위해서는 신념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Icek Ajzen (2002)의 계획된 행동이론 모델)



행동적 신념(Behavioral Beliefs)은 특정 행동이 주어진 결과나 경험을 낳을 것이라는 주관적 확률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 행동적 신념은 특정 행동에 대한 태도(Attitude toward the Behavior)의 변화를 일으킨다. 


리더들이 리더십 교육을 많이 받으면서도 실제로 교육에서 제시하는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신념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규범적 신념(Normative Beliefs)은 중요한 준거집단이 특정 행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압력을 느끼면서 형성된다. 즉, 회사 내에서의 다른 리더들 혹은 리더 집단이 ‘리더라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무언의 압력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받아들이게 되면 주관적 규범(Subjective Norm)으로 작동한다. 


통제 신념(Control Beliefs)은 어떤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며, 여러 상황을 고려 하여 실제로 그 통제를 위한 행동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행동통제지각(Perceived Behavioral Control)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는데 필요한 노력과 시도를 해볼 의도(Intention)를 가지게 된다. 또한, 그 일을 수행할 기술, 시간, 지식, 동료의 협력 등을 실제로 가지고 있을 때(Actual Behavioral Control) 사람은 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지각이 높아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리더의 행동적 신념, 규범적 신념, 통제 신념의 변화가 일어날 때 리더의 행동은 바뀌게 된다. 사례에서는 이 신념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하여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한 열린 대화 방법을 적용하였다. 

부정적 경험을 균형있게 돌아보도록 할 필요성을 가지게 된다.




3. 열린 대화


리더의 행동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존의 신념을 바꾸도록 하려면 리더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의심을 확인하여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Bicchieri & Mercier, 2014). 


TMT 동료라는 준거집단의 생각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신념의 변화가 가능할 수 있지만(Ajzen, 1991),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흔한 격언처럼 어떤 일방의 주장으로 사람의 신념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명시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것과 다른 신념과 비교하고, 또한 다른 신념이 어떤 점에서 더 옳은 것인지를 검증할 수 있도록 강요 없는 열린 기회를 제공할 때 진정한 신념의 변화가 가능해진다(Bicchieri & Mercier 2014).


적대적이거나 처방적으로 흐르는 일방적 독백의 교환보다는, 퍼실리테이터의 조력을 서로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고 그 경험으로부터 터득한 신념(규범, 원칙 등)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비추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숙의(Deliveration)의 과정이 필요하다(Balliet 2010; Black 2008). 


대화란 '회의 또는 만남이 진행되는 동안 생겨나는 타자-인식(other-awareness)의 각성’이라고 정의된다(Cissna and Anderson 2002). 자신의 존재나 주장에만 몰입하여 독백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이러한 숙의와 반면교사가 가능한 열린 대화 속에서 참여자 개개인은 대화적 순간(Dialogic Moments)을 경험하고 비판적 사고, 의견의 평가, 증거의 분석을 통해 신념의 변화를 만들어낸다(Festinger 1957; Barge & Little, 2002). 또한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은 대화 중에 참여자들이 대화적 순간을 경험하도록 초대함으로써 대화와 토론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Black, 2008).




4. 퍼실리테이션적 개입


한 번 획득한 신념은 옳다고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는 성향을 지닌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단일고리학습에 머무르게 하고, 기존의 가정, 규범, 원칙과 같은 오랜동안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여 수립한 신념을 재평가해야 하는 이중고리학습에까지는 도달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쉽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나약한 생명체로서 생존에 필요한 부정적 정보가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Rozin & Royzman, 2001). 이 역시 일상이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환경에서 구성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향을 만들어낸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열린 대화 역시 스스로 해내기 어렵다. 타인의 스토리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듣기 보다는 쉽게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고 싶어진다. 자신이 받아들인 신념이 매우 옳은 것이기 때문에 재빠르게 타인에게 그 옳은 것을 말해주고 싶은 충동에 쉽게 빠진다.


필자의 퍼실리테이션적 개입과 계획된 행동이론의 결합 모델



<중립적 태도와 집단기억장치의 활용>


이러한 인간의 자연스런 경향을 돌이켜서 자신의 신념을 변경할 만큼 타인의 정보를 획득하도록 방법은 3자가 그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중립적인 태도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는다(Bens 2005; Schwarz 2002; Kennedy, 2004) .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중립적인 질문과 집단기억장치를 동원한다(Bens 2005; Schuman 2005).


집단이 대화하는 과정은 사회적 정보처리의 과정이다(Salancik & Pfeffer 1978; Zalesny & Ford 1990). 그러므로 그 대화가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정보처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De Dreu, Nijstad, & Van Knippenberg 2008). 


대화 당사자는 자신의 발언과 주장에 집중하는 성향을 보이게 되므로 타인의 발언과 주장을 듣는 것에는 소홀해지기 쉽다. 즉, 타인의 정보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타인의 관점을 검토하여 자신의 신념이 여전히 유효한 지 검증하고, 타인의 관점이 더 유효하다고 확인이 된다면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학습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게 되어(Ajzen 1991, 2002) 리더로서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다.


퍼실리테이터가 어떤 참여자의 의견에 편을 들지 않으면서 중립적인 질문으로 의견을 말하도록 하고, 이를 집단기억장치(점착 메모지 또는 화이트보드 등)에 기록하여 명시적으로 내용을 보면서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신념을 타인의 것과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참여자가 평소보다 더 깊이 숙의할 수 있게 된다.







TMT 리더의 행동 변화가 뚜렸하게 나타났다. 정기 설문조사의 결과에서도 구성원의 직무만족도가 상승하였다. 계획된 행동이론에 따르면 리더의 행동 변화는 리더의 신념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신념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열린 대화를 시도하였고, 열린 대화는 퍼실리테이션적 개입으로 실현되었다. 중립적 질문과 집단기억장치의 활용은 참여자의 열린 대화를 촉진하고 대화의 순간을 경험하게 하였다. 이러한 열린 대화는 참여자의 행동적 신념, 규범적 신념, 통제 신념 간의 상호작용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신념은 바뀐다. ‘사람을 고쳐쓴다’는 말은 ‘사람이 고장났다'는 전제를 담고 있어 금기시 된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인 사람으로 행동하기 위하여 신념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할 뿐이다.




<참고문헌>



Argyris, C. (1976). Single-loop and double-loop models in research on decision making.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1(3), 363-375.

Argyris, C., & Schön, D. (1974). Theory in practice: increasing professional effectiveness. San 638 Francisco: Jossey Bass. 

Ajzen, I. (1991). 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0(2), 17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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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iet, D. 2010. “Communication and Cooperation in Social Dilemmas: A Meta analytic Review.”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54(1): 39.

Barge, J. K., & Little, M. (2002). Dialogical wisdom, communicative practice, and organizational life. Communication Theory, 12(4), 375-397.

Bens, I. (2005). Facilitating with ease!: Core skills for facilitators, team leaders, and members, managers, consultants, and trainers. San Francisco, CA: Jossey-Bass.

Bicchieri, C., & Mercier, H. (2014). Norms and beliefs: How change occurs. In The complexity of social norms (pp. 37-54). Cham: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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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sna, K. N., & Anderson, R. (1998). Theorizing about dialogic moments: The Buber-Rogers position and postmodern themes. Communication Theory, 8, 6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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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nger, L. 1957.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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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ncik, G. R., & Pfeffer, J. (1978). A 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approach to job attitudes and task desig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24-253.

Schuman, S. (Ed.). (2005). The IAF handbook of group facilitation: Best practices from the leading organization in facilitation (Vol. 1). John Wiley & Sons.

Schwarz, R. M. (2002). The Skilled Facilitator: A Comprehensive Resource for Consultants, Facilitators, Managers, Trainers, and Coaches. Jossey-Bass.

Zalesny, M. D., & Ford, J. K. (1990). Extending the 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perspective: New links to attitudes, behaviors, and perception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47(2), 20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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