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에서 나를 만나다

버킷리스트

by 순수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다 버킷리스트 여행지 이야기가 나왔다.

국내에도 가볼 곳이 많다는 이야기,

이탈리아는 꼭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러다 한 직원이 신혼여행으로 산토리니를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팀장님은 산토리니를 또 가보고 싶으세요?”



잠시 후 그는 2년 전 이야기를 꺼내며,

“정말 대단하세요.”

“혼자 어떻게 그 먼 곳을 가실 생각을 하셨어요?”

하고 감탄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우유부단한 내가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결정을 내렸나 싶다.


혼자 2주간의 휴가를 내고

‘지금 가야 한다’는 열정 하나로 불을 붙였으니.

그 불씨는 친구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산토리니 여행 중이던 친구가

이아 마을의 블루돔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푸른 지붕, 둥근 돔, 하얀 벽들.

그 강렬한 색들이 나를 유혹했다.


버킷리스트 속 ‘산토리니 혼자 여행하기’—

적어 두었던 그 문장이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가야 해.'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자유를 갈망하던 아득한 젊은 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언젠가 에게해 바다를 바라보며

이 멋진 섬에 서리라 다짐했었다.


이후 산토리니의

눈부신 파란 지붕과 하얀 벽돌집들,

그 사진만 봐도 가슴이 뛰곤 했다.

스물여섯에 결혼하고

스물일곱에 첫 아이를 낳고

몇 해 뒤 둘째가 태어났다.

그 후로는 늘 일과 육아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자라 세월이 이렇게나 흐른 후에

버킷리스트 여행지 하나를 실현했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산토리니를 혼자 여행한 용기와 열정은

지금도 내 마음을 빛나게 한다.


아쉬운 건,

셀카봉으로 혼자 사진을 찍으며

산토리니에 왔다는 기쁨과 흥분에 들떠


모션포토인지도 모른 체

땀이 묻은 렌즈로 남겨진 사진들이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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