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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Mar 12. 2024

삶의 통제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는가?

눈물의 여황 후기

주말에 TV 잽핑을 하다가 '눈문의 여왕'이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일단 제목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시대가 어느 때인데 '눈물의 여왕'이라니...

안 그래도 기러기 아빠의 삶이 우울한데 억지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라면 손절이다.

보다 보니 또 재벌이 나왔다. 역시 K-드라마에서는 재벌이 빠질 수 없지...


또 잽핑을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헐.... 믿고 보는 '박지은' 작가였다.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등으로 유명한 분이다.

그래서 다시 TVN으로 채널을 돌렸다.


화려한 작가와 배우들의 후광효과인가... 일단 재미있다.

작가 또는 PD의 인맥을 자랑하듯 유명한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감칠맛을 더했다.

예쁘고 똑똑하고 씩씩한 여주가 재벌가의 왕자님과 사랑에 빠져 역경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클리셰는 이제 식상하다.

반면 재벌가의 공주와 사랑에 빠진 남주... 그것도 처가 제삿날 전을 부치는 재벌가 사위들의 얘기는 신선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처가와 회사에서 하루종일 눈치 보고 살던 남주가 시골의 부모님 댁에 찾아간 장면이다.

그동안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공간과 상황에서 눈칫밥을 먹던 남주가 마치 일주일은 굶은 것처럼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허겁지겁 맛있게 먹고 편안한 자세와 표정으로 마루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평온함일까...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사실 드라마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통제권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 서론이 길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직장이라면 상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용어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업무상 고객이나 거래처, 사용자, 손님 등의 눈치를 보게 된다.

집안에서도 보이지 않게 하이러키가 형성되어 부모나 자식, 배우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다.


수백만 구독자나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나 스포츠, 연예계 셀럽들도 결국 대중의 눈치를 봐야 한다.  

미디어에 많이 나오는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 대표들도 투자자들이나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한다.

평소에는 안 그러다가 총선 때만 되면 국회의원들도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 심지어 대통령도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영화를 보면 조선시대 왕들도 사대부들의 눈치를 봤다고 하고 무소불위의 재벌들도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한다.    


신기한 것은 어느 분야이든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 누군가의 눈치를 보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는 정도나 지수를 정확하게 숫자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비중에 따라 자기 인생에 대한 자율성이나 주도권이 달라지고 행복감 또한 결정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과거의 노예나 노비는 자율성이 0에 가까울 것이며 행복감 또한 매우 낮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재력가, 권력가 등은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에 비해 삶의 주도권이 강하고 남의 눈치를 안 볼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이 나에게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종일 남의 눈치를 보느라 피곤하고 스트레스받고 있다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당신 삶의 주인이자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우리는 비디오 게임의 *NPC(Non Player Character)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시는 분들처럼 속세를 등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늘 하루 어깨 쫙 펴고, 자신감을 갖고, 남들 눈치 보는 것을 조금씩 줄여나가다 보면 3개월이나 6개월 뒤쯤에는 조금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삶이 확 좋아지지 않듯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삶이 확 나빠지지는 않는다.

이제 남의 눈치 그만보고 당당하게 살자. 짧은 인생 그냥 꼴리는 대로 살아보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당신은 당신의 삶을 온전히 통제하고 있는가?



*NPC(Non Player character)는 비디오 게임에서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를 말한다. 원래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에서 비롯된 용어로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과 콘솔 게임에서도 사용되며, 종종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도 등장한다. NPC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를 통해 게임 세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단순히 구경꾼이나 상인일 수도 있고, 동료나 적일 수도 있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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