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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Apr 12. 2024

나를 위해 술을 끊기로 결정했다.

술과 사람을 좋아했다.

그러니 술과 사람이 어우러진 술자리는 최고의 힐링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주 3회 이상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보통 2~3차까지 열심히 달렸다.


만취가 되어 집에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술이 덜 깬 상태로 출근하여 해장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은 늘 선지해장국이나 콩나물해장국이었고 저녁은 늘 삼겹살이나 곱창이었다.

해장국을 먹으면 마치 수혈을 받는 느낌이었다.


젊었을 때에는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술이 깨어 다시 술자리를 찾아 어슬렁거렸다.

예의상 어제 함께 술자리를 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멤버를 모으거나 누군가 불러주길 기대했다.

술자리를 위한 번개는 언제나 묘한 재미가 있다.

서너 명만 모이면 또다시 술자리의 시작이다.


기러기 아빠가 되고 나서는 술이 유일한 친구였고 혼술이 유일한 취미였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에 들기 어려웠다.

소주 세 잔만 마시고 자겠다고 했으나 2병까지 간 적도 많다.

소주가 너무 강해 막걸리로 바꿨더니 3병을 마신고 잔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별안간 나를 위해  술을 끊기로 결정했다.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몰라 결심이라는 무거운 단어보다는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길어야 한 달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집사람과 아이들도 믿지 않았고 나도 나를 못 믿었다.

새해가 다가오니 지키지 못할 공약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불신과 의심을 깨고 2023년 11월 1일부터 지금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나도 내가 신기하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ㅎㅎ

술에 의존하고 살던 내가 술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끊다니.


이제 5개월 차이기 때문에 아직 큰 변화는 느끼지 못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컨디션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업무뿐만 아니라 러닝이나 헬스를 할 때에도 피로감이 덜하고 체력이 강해진 것을 느낀다.

알코올성 치매와 브레인 포그가 사라지고 머리가 상쾌해졌다.

무엇보다 가족들, 특히 엄마와 장모님이 좋아하신다.


결혼 20년 만에 와이프한테 멋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술을 끊은 내가 나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ㅎㅎ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이삼십 대에는 술의 재미를 느껴봐야겠지만 나보다는 일찍 술을 끊기 바란다.


술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독약이 되기도 한다.

술은 사람 사이의 윤활유가 되기도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마찰재가 되기도 한다.

술로 인해 성공하는 사람도 많지만, 술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더 많다.

술이 주는 장점도 많지만 술은 결국 담배와 함께 합법적인 마약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술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을 위해 술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술에 의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를 위해 술을 끊기로 결정했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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