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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Feb 17. 2021

행복에 대하여

행복은 성공순이 아니잖아요.

요즘 '행복'이란 단어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왜 사냐는 스스로의 질문에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아니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야 한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이런 느낌을 받아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것이다. 가진 것보다  가진 것을  생각하게 되고 대체로 만족보다는 결핍의 상태로 살아간다  


20대에 생각했던 행복의 개념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었다.

좋은 집, 비싼 차, 명품과 같은 물질에 대한 소유욕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이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져 있었다. 돌이켜보면 행복과 성공을 같은 것으로 생각했고 물질과 외면에 포커스 되어 있었다.


30대에 생각했던 행복은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었다.

하루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좋은 일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한량처럼 살고 싶었다.

지금도 비슷한 생각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체로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량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40대 후반이 된 지금의 행복은 매우 다른 개념이 되어버렸다.

행복이란 뭔가 대단히 기쁘고 좋은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 모두 건강하고 사건 사고 없이 무탈한 상황이 행복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행복과 성공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철이 든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씁쓸하기도 하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빈곤 상태에서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상태로 나아지는 단계에서는 행복감이 크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돈을 많이 버는 만큼 행복감이 올라가지 않을뿐더러 반대급부로 시간이나 건강과 맞바꾸는 TradeOff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흔한 말이지만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고, 잃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번 돈을 다 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끊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업무적으로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내용이 '뭐 샀어요, 뭐 먹었어요, 어디 놀러 왔어요.' 등이다.

전 국민의 관종화 현상이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처럼 행복은 성공순이 아니다.

몸담았던 IT업계나 스타트업 월드에는 어린 나이에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번 성공한 사람들이 꽤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리스펙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공한 만큼 행복하지 않은 분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강 문제, 가정의 불화, 자녀 문제 등 다양하다.


인간의 고민의 총량은 언제나 비슷하다고 한다.

먹고살기 힘들 때는 먹고살 걱정을 하고 먹고살만하면 다른 걱정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애들 학원비가 걱정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떤 스포츠카를 살까가 걱정이다.

누군가는 노후가 걱정이고 누군가는 건강이 걱정이다.

 

돈이나 물질이 주는 행복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풀어서 얘기하면 긍정적, 부정적 경험 이후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는 경향이라고 한다.

인간은 쾌락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아무리 비싼 물건을 사도 처음에만 잠깐 좋았다가 금방 당연해지고 시들어지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탈 벤 샤하르 교수가 쓴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라.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고 외면한다.

행복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이란 끊임없이 발견해야 하는 것이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며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은 하나의 순간이 아니라 경험의 총계이다.

행복한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을 향유하고 삶을 유의미한 것으로 인식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의미 있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결국 불행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한 줄로 정리하면 행복한 현재가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되니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말자는 게 아닐까?

늘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명쾌하게 정리해주어 반가운 책이다.


오늘 당장 여기서 행복하자.
그게 얄궂고 비루한 인생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닷가에 있는 상상을 하며 혼술이나 한잔 해야겠다.



작가 도서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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