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와의 가상 인터뷰 2
나
교수님, 요즘 많은 기업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기술 기업입니다.”
“우리는 플랫폼 기업입니다.”
레빗
그 말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질문을 멈췄을 때죠.
나
어떤 질문이요?
레빗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나
보통 ‘마케팅 근시안’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제품 중심 사고의 위험성.”
레빗
그렇게 이해하면
절반만 이해한 겁니다.
제품 중심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제품을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자신을 제품으로 정의해버리는 데 있어요.
나
조금 더 풀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레빗
기업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카메라 회사다
우리는 철도 회사다
우리는 DVD 대여 회사다
이 말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나
모두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네요.
레빗
바로 그 지점이 근시안입니다.
철도 회사가 아니라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는 사업’이었다면
자동차와 항공을 경쟁자로 보았겠죠.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실무에서 이 질문을 빼먹는 순간,
마케팅은 기능 설명으로 전락합니다.
우리는 어떤 제품을 파는가 ❌
고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를 찾는가 ⭕
이 질문에 답이 명확한 기업은
기술이 바뀌어도 살아남습니다.
나
『마케팅 상상력』을 읽다 보면
의외로 마케팅 기법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레빗
마케팅은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마케팅 상상력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이 아니라,
고객의 세계로 들어가 생각해보는 힘입니다.
“성장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레빗
많은 기업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시장은 이미 성숙했다.”
그 말은 사실
“우리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나
시장 성숙은
사고 정체의 다른 말이군요.
레빗
성장은 시장에 있는 게 아니라
해석에 있습니다.
레빗
제품을 보지 말고
‘쓰는 장면’을 보세요.
커피는 언제 마실까요?
→ 졸릴 때, 쉬고 싶을 때, 집중하고 싶을 때
배달앱은 언제 열까요?
→ 배고플 때가 아니라
‘오늘 뭐 먹을지 생각하기 귀찮을 때’
제품의 정체는
사용 순간에서 드러납니다.
커피 이전: 잠이 덜 깼다
커피 이후: 컵 처리, 속 쓰림
배달 이전: 메뉴 고민
배달 이후: 쓰레기, 설거지, 비용 부담
이 불편의 앞뒤에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커피 회사 →
원두가 아니라 ‘아침 루틴’, ‘집중 시간’을 설계할 수는 없을까?
배달 플랫폼 →
배달이 아니라 ‘메뉴 결정 스트레스’까지 줄여줄 수는 없을까?
그래서 어떤 기업은
제품을 키우지 않고
역할을 키웁니다.
많은 확장은
“이 제품으로 뭘 더 만들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 제품을 쓰는 사람의 하루를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나옵니다.
레빗
마케팅을
광고팀이나 영업팀의 일로 생각하는 순간,
기업은 다시 근시안에 빠집니다.
나
그래서 이 책에서도
조직 이야기가 자주 나오죠.
레빗
마케팅은
고객을 바라보는 공통 시선이어야 합니다.
제품 기획:
“이 기능, 고객이 왜 필요로 할까?”
가격 정책:
“이 가격, 고객 입장에서 납득될까?”
고객 응대:
“이 불만, 우리가 만든 구조 때문은 아닐까?”
이 질문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마케팅은 힘을 가집니다.
나
AI 시대에
교수님의 경고가 더 날카롭게 들립니다.
레빗
AI는
답을 빠르게 계산해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무슨 질문을 해야 하는지는 정해주지 않습니다.
AI에게
“광고 문구 만들어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문구는 잘 나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왜 이 말을 해야 하는지
이 정의가 틀리면
AI는
틀린 방향의 답을 아주 빠르게 만들어줄 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광고는 늘어나는데 설득은 약해지고
데이터는 쌓이는데 의미는 흐려지고
효율은 좋아졌는데 브랜드는 남지 않습니다.
AI는
마케팅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AI는
마케팅 사고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레빗의 질문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AI 시대에도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
고객은 왜 우리를 선택하는가
기술이 바뀌어도, 이 질문은 유효한가
시어도어 레빗은
『마케팅 근시안』과 『마케팅 상상력』을 통해
마케팅을 기능이 아닌 사고의 문제로 끌어올린 학자다.
그는 기업의 실패 원인을
시장이나 기술이 아닌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찾았다.
그래서 그의 질문은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여전히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