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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맥스 Aug 13. 2022

(가능하면) 하루에 조금씩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것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면서 산다. 지금 하는 일인지 일이 아닌지 모르겠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근데 최근에는 글을 잘 쓰지 않았던 시기였다. 아예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서평을 쓰고,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 나 나름의 보고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고치고 등. 여러가지 글을 썼지만, 필요에 의해 썼을 뿐, '내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무기력증'에 빠졌다. 


7월 한 달 내도록 그랬던 거 같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많이 하고, 읽고, 쓰고 있는데도 하루가 마칠 저녁이나 밤이 되면 내가 무엇을 했지? 라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탓인지, 매월 한 편 씩 쓰던 단편소설도 7월달에는 쓰지 못했다. 8월에도 소설을 한 편 써야 하는데, 중순에 접어드는 지금 시점에서 나는 아직 어떤 것을 쓸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아직 '무기력증'이 완치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 


무기력증이 무엇인가, 실제로 있는 병인가 찾아보았다. 


우울증의 전 단계라고 하긴 하는데, 무기력증을 치료해주는 약은 없고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아니면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하더라.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글을 쓰라는 것인지, 아니면 글을 쓰는 것이 하나의 생활습관이 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에 '글쓰기'가 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2주 전에 알았지만 2주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역시 무기력의 여파였다. 잠들기 직전에 '내일은 꼭 글을 써야지'하고 마음을 먹고 자도 아침이 되면 어제와 똑같은, 아니 어제보다 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만 있었다. 


지금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갑자기. 


어떤 내용에 대해서 글을 쓸건지 생각하고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단어 하나가 떠올랐을 뿐인데, 그 단어는 '원룸'이다. 


원룸. 


나는 방 한 칸에 산다. 방 한 칸에 살다보니 잠을 자는 곳과 요리를 하는 곳과 화장실이 가까워서 좋긴 한데, 이게 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적고 있는 책상. 나는 이 책상 위에서 예전에는 공부를 했고, 지금은 밥을 먹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밥을 먹는 밥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레트로풍의 철제 밥상이 있는데, 밥상 위에 올려 먹기 싫을 때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보는 중이었으면 그냥 책상 위에 그릇 몇 가지를 올려놓고 그냥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 곳과 책을 읽는 곳과 내 생각을 펼치는 곳과 세상을 알아가는 곳이 모두 한 곳에 있으니, 편하기도 하지만 분리된 공간이 주는 각성의 기회가 없다. '이곳은 공부를 하는 곳', '이곳은 책을 읽는 곳', '이곳은 잠을 자는 곳' 등 공간이 분리가 되어 있지 않으니 쉽게 늘어지고, 쉽게 다른 생활로부터의 침범을 받는다. 


이곳에 이사를 온 지 2년이 훌쩍 넘었는데, 나는 이 집에 와서 생선을 구워먹은 적이 없다. 환기를 위한 후드가 있기는 하지만 원룸에서 생선을 구우면 방 안 전체가 생선 냄새가 날 것이고, 따로 옷장이 없이 행거에 옷을 걸어놓은 나의 경우에는 옷에도 그 냄새가 베일 것이 분명했다. 또 떄론 오피스텔 입주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카톡방에 '어디 몇 층에서 생선 구우시는데 자제 부탁드려요' 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 것도 보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 사니, 좀 그렇다. 명확히 어떤 기분이냐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삶'을 산다는 느낌보다는 '여기서는 최소한의 삶은 살아낼 수 있다'는 느낌. 


반지하에도 살아보고, 옥탑방에서 살아보고, 고시원에서도 살아보고,  50년이 넘은 집에서도 살아 본 입장에서 지금의 집이 주거환경 측면에서는 가장 좋은 환경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 할지라도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단점 혹은 개인에게는 만족되지 않는 측면은 있을 것. 


나만의 공간이지만, 좀 더 나만의 분리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 잠시 했다.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소설을 쓰고, 돈을 벌고, 영화를 보는 책상 위에서 말이다. 


책상이자 밥상이자 영화관이자 돈벌이인 책상 위에서 먹는 비빔면


* 과연 글을 쓰는 것이 무기력증 치료 혹은 해소에 도움이 될런지는 일단 좀 더 오래 꾸준히 써보고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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