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맥스 Aug 17. 2022

한 명 몫

콩국수는 2인분을 먹었다. 

(매일 짧은 글이라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오늘 불현듯 떠오른 건, '나는 내가 먹는 밥값은 하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 밥값이라고 해도, 외식은 하지 않고 집에서만 먹으니, 하루 1만원 정도로 해결되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내가 생각한 제목은 '1인분의 삶'이었는데, 동명의 책 제목이 있어서 바꾸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1인분의 삶'이었는데. 1인분만 먹겠다, 이런 뜻이 아니라 1명 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반성의 의미를 담은. 


사회 속에서 온전히 나 한 명의 역할을 다하고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 


회사든 조직이든 어디든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은 1명 이상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1명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수행해 내고 있는 1명 분의 역할을 방해하여 -2명 분이나 -3인 명분(자신을 포함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 명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바라지도 않으니, 나 한 명의 역할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을 한 것인데, 참 쉽지 않구나. 


어제는 면접을 보았는데, 채용의 권한을 갖고 있는 분과 이야기를 꽤 많이 나눴다. 면접의 형식을 갖췄으되 사담과 비슷한 느낌. 


나에게 이야기하셨다. "생각이 거칠어요.", "조직과 조화가 잘 안될 것 같아요.", "주장이 강해요.", "견디는 것이 중요해요." 등등. 


약 한 시간 동안 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적은 위의 글들 말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는 저 위의 이야기들이 내가 평소 듣던 이야기들이라 조금 놀라기도 했다. 


대학원을 다닐 때, 매 학기 말마다 각 과목별로 소논문을 제출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교수님들은 이야기하셨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정제되지 않아서 논리성이 부족하다. 생각이 날아다닌다. 주장이 지나치게 거대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빈약하다." 


21살 때 군대 훈련소에서 조교에게 들었다. "훈련병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조교가 나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다가와서 내게 이 이야기를 하고 떠나갔다.) 


결국 나는 저러한 단점들 덕분에, 혹은 단점들 탓에 한 명 분의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 더욱 중요한 것은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것. 


나이는 들어가서, 대가리(?)는 굳어가고, 다시 말하면 내 생각과 신념은 더욱 확고해지는데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르고, 기회를 찾지 못하니 혼자 좀 끙끙 앓는 느낌. 


일반대학원 석사를 했으니, 박사를 가서 '박사급 인력'이 되면 내 주장과 생각과 이론이 좀 더 말발이 먹힐까 싶다가도 결국 박사과정을 가는 것이 또 하나의 도피인 듯하여 양심에 찔리곤 하는.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보다 과거에 무엇을 해왔었는지 경력이 더욱 중요한 나이가 되어 버려서, 결국 경력이 없으니 증명이 안되고 증명이 안되면 활용처가 없는 악순환. 


(너무 글 깊게 생각 안하고 쓰고 있는 느낌ㅋ) 


그냥 한 명 분의 삶을 살고 싶다. 


이게 내 사소한 희망, 혹은 절망.  


점심 때 먹은 콩국수. 이건 확실히 1인분은 넘치는 양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취가 고팠다 그리고 고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