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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곰 Oct 26. 2015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1년 반.

 개발의 '개'도 모르던 1인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들은 생각들

 2014년 3월, 소비자로서 '어플'을 이용하고, '개발'이라고 하면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내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 지도 어느덧 1년반이 지났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내 인생이 무엇을 위해 살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부속품보다는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장사도 생각해보고 창업도 꿈꿔보았지만, 내가 당장하기에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서칭했다. '진짜 재미있게 일해보고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드루와봐!!  '라는 문장에 여기서는 뭔가 내가 주인이 되어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고, 긴장되는 면접을 보고 나는 '마케팅 인턴'으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케팅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내가 출근을 한 첫 날, 내가 상상하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무실엔 오직 대표님뿐이었고, 그게 직원의 전부였다. 당시에 나는 경험이 부족하여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었지만, 당시에는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말그대로 '네 맘대로 다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학교에서 배웠던 방식, 프로세스들과는 전혀 다른, 정말 '즉시판단, 즉시결정'을 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내가 주도적으로 접근했던 것은 '페이스북 마케팅'이었고, 페이스북은  '투입과 산출'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마케팅 채널이었다. 나는 페이스북 마케팅을 위한 컨텐츠 기획, 제작, 광고 집행, 효율 분석을 하며, 그 체계를 잡아나가는 것에 노력했다.


 당시에 디자이너는 커녕 내가 유일하게 (군대에서 배운) 포토샵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사내 마케터 겸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나는 이벤트도 기획하고 제작하고, 배포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이틀이 걸리지 않았고, 예산은 10만원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방식은 일명 '약빤 마케팅'이었는데, 나는 이것이 의료서비스와 어떻게 잘 어울릴지에 대해 처음엔 물음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정말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연결고리에 대해서 의문을 갖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참신함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이렇게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여 계속 이곳에 머물고 있다.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IT 스타트업을 생각할 때, '어플은 어떻게 개발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스타트업에 서비스의 퀄리티도 중요하겠지만, 특히나 O2O서비스는 사용자를 모으는 마케팅과 업체를 모으는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한쪽을 완벽하게 하고 다른 한쪽을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양쪽에서 끊임없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우리 서비스가 트렌드, 키워드에 묻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기회만 된다면 어떻게든 사람들 앞에 노출될 수 있어야한다. 또한, 시장의 변화를 캐치하고 그걸 파고드는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고, 정답이 없는 과제다.


 그 뿐이 아니라, 사람이 늘어나다보니 조직관리, 인사의 중요성도 새삼 느낀다. 사실 학생 때만 해도 이런 것들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못 느꼈는데, 스타트업이 성장함에 따라 여러 어려운 순간을 직면하고 이럴 때마다 나의 내공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일을 신나게 할 수 있게 할까?', '어떻게 하면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같이 생각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믿음을 줄 수 있을까?' 등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생긴 고민들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다 보니 이건 많은 스타트업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인 것 같더라.


 지금은 영업, 마케팅, 인사, 지원, 전략, 기획, 홍보, 운영, 디자인 등 따지고보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 참여를 하고 있다. 부족함이 느껴질 때마다 스스로가 힘든 시간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이유때문에 나는 스타트업에 있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해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일들이 챌린지다. 뭐하나 정해진 것이 없고, 참고할 것도 많지 않다. 내가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뚫어내야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것은 핑계 밖에 안되는 곳이 이곳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옵션을 생각하고 그걸 실행해보고, 시행착오를 극복해나가는 것이다.


 '힘들다.',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당연하다. 한정된 인력, 한정된 자원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니 만큼,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있다. 그런 순간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행착오, 오류들을 어떻게든 극복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이 서비스도 우뚝 설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영화 '마션'의 마지막 대사가 힘이 되었다.


<영화 마션>


"죽거나 실패하거란 생각은 안 해 봤나요?"

"당연히 해 봤지요. 그러나 죽거나 포기할 수 없기에 무작정 시작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살아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얻은 나의 경험들을 이곳에 기록하며, 먼 훗 날 나의 값진 경험들을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며, 첫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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