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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곰 Aug 01. 2019

스타트업 5년.

정신없던 5년. 많이 배웠다. 나의 부족함은 한 없다. 반성해본다.



프롤로그

스타트업에 입사한지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또 돌이켜보면 무엇을 했나 싶기도 하다. 성장에 대한 어려움, 조직 내의 갈등, 떠난다는 동료 등 하루하루 스트레스로 가득했던 날들도 있었던 반면, 함께 고생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면 행복이 뿜어져나오던 때도 있었다.


 '일'이라는 것이 혼자할 때보다 여럿이 할 때의 힘을 배웠다. 즉,  '조직'이라는 곳의 위대함을 느꼈다. 나의 에너지가 내가 목표를 이루고자 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속된 '조직'이 어느순간 '목표'보다 중요한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원래 공과 사는 구분해야해', 

 '너랑 일한 사람들이 이 조직을 계속 생각하진 않을거야',

 '사람에게 너무 정주지마.'

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물론,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함께한 사람들의 젊음의 시간을 보냈던 조직인 만큼 그 사람들도 단지 돈을 위해서만 이 조직에 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직.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많은 걸 배우고 나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혼자서 어떤 일에 꽂혀 일을 빠르게 실행해나가는 능력은 인정받았다고 해도, 누군가를 설득해서 사람들이 계속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함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한 조직의 리더로서 일하면서 느꼈던 부족함을 반성해본다.



내가 부족하고 아쉬웠던 것들을 한 번 키워드로 나열해보고 하나씩 생각을 공유해보자.


1.방향성

2.조직문화

3.소통

4.꾸준함

5.성장




1. 방향성



함께 일한 동료들과 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나요?'.

'우리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내가 사회 초년생 때 이런 질문을 하니, 당시 대표님으로부터 '재밌게 일하며 재밌는 삶을 살 수 있게 돈 많이 버는 조직'이라는 답을 받았다.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었던 입장에서는 돈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다. 허무맹랑한 문장을 비전이라는 있어보이는 말로 포장하는 기업은 소위 '스타트업 도그마'에 빠진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셨고, 정말 매출을 내고 이익을 내는 내실 있는 기업이 되고자 했다.

 

 맞다. 맞는 말이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추구'이다. 이제 막 학생에서 탈피한 나는 '돈'을 좇는다는 것이 '가치있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 '브랜드 가치' 등 멋있고, 있어보이는 가치를 추구해야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1년, 3년 경험이 쌓이면서 소위 돈을 벌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를 보면서, 기업은 결국 매출을 내야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한다는 생각에 가득찰 때 즈음, 조직을 관리하면서 여기에 하나를 덧붙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Why 돈을 벌고 싶고, How 벌고 싶은 지에 대한 것이다. '난 돈을 너무너무 벌고 싶은데,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렇게 돈을 벌 것이다'가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것이 사람들을 우리 기업에 설득하여 일하고 싶게끔 하는 이유고, 단순한 월급을 위해서 일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을 함께 잘해줄 가능성이 있는 분들과 함께 일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궁극적이고 가치지향적인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생각을 하기 싫고, 생각이 없다는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낮아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 매출을 발생하는 쪽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고민을 해서 선택을 해야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나는 이런 고민이 있었다.


지금 조직이 성장하는 일의 방향으로 조직의 방향성을 바꿀 것인가?

성장하는 일이 원래 세웠던 방향성에 포함되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조금씩 갈피를 못잡고, 시야가 본인의 바로 한치 앞까지 좁아지게 된다. 최악에 상황에는 회사의 방향에 아예 무관심하게 되고, 결국 '월급만 받자'라는 생각까지도 만드는 것 같다. '월급만 받고 적당히 일할래'가 아닌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렇게 만드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순대를 빼버릴까, 순대를 맛있게 할까.


 예를 들어, 내가 분식집을 차렸다고 하자. 

 처음에 비전을  '분식으로 우리동네 정복'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1떡볶이와 2순대, 3튀김을 팔기 시작했는데, 1떡볶이만 잘팔린다고 해보자. 그럼 '떡볶이로 우리동네 정복'으로 비전을 바꿔서 동네를 장악할 수도 있고, 기존대로 분식으로 세상 정복을 하기 위해서 1떡볶이의 성장을 바탕으로 2순대와 3튀김에 더 투자해서 더 맛있는 2순대, 3튀김, 그리고 4오뎅까지 만들면 분식으로 우리동네 정복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게 단지 말뿐인게 되도록 하지 않고 방향성을 그렇게 잡았으면 실제로 그렇게 해야한다. 떡볶이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순대, 튀김기 다 빼고 떡볶이로 가득 채워야할 것이고, 분식으로 잡았으면 순대와 튀김의 맛을 더 높이기 위한 리소스 배분이 필요하다.


분식집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고 해보자.

떡볶이는 매일 완판된다. 그런데 순대, 튀김은 안팔리고 매일 버리는게 반이다.


떡볶이를 2배로 만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순대와 튀김을 없앨까? 오히려 버리는 값을 절약하고 매출을 키울 수 있다.

떡볶이는 현상을 유지하고, 순대와 튀김 레시피 개발에 투자해볼까? 그렇다고 순대, 튀김이 지금처럼 안팔릴 가능성도 있다.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한 고객이 떡볶이, 순대, 튀김 다사면 객단가가 커진다.


 이 과정에서 어떤 답을 선택해도 이상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 처해짔는지를 다방면으로 고려해야할 것이다. 주변에 순대, 튀김 가게가 있는지, 순대, 튀김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어떤지, 떡볶이, 순대, 튀김도 아닌 다른 메뉴는 없을지, 간판 등 순대, 튀김에 대한 노출이 잘 안되서 그런 것은 아닌지 등등 다양하게 고려를 해보고 방향성을 선택해야한다. 혼자 일하면 선택을 굳이 딱 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만 설득하면 되기 떄문이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그걸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경영을 하는 사람이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모든 사족을 걷어내고 딱 하나만 남은 것이 비전, 즉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떡볶이만 만들고 있는데, 분식 다할거야하면 사람들은 다른 건 왜안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떡볶이만 잘 만들거야 하는 조직에서 오뎅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조직에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직은 생명체다. 한 명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든 고유한 자아다. 자아라는 것은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성장하면서 생각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이 바뀜에 따라 행동도 바뀐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비전이 아니라, 내가 성장하면서 어떻게 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조직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렸을 때 아무 생각이 없을 때는 '대통령', '과학자', '장군'가 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크면서 스티브 잡스도 보고, 박지성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나의 비전이 조금씩 변화함을 느낀다. 


고3때.. 축구선수가 되어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조직도 그렇다. 방향성이라는 것이 시장에 의해서, 경쟁상황에 의해서, 우리에 의해서 등 한 가지로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복잡한 화학적인 단계를 거친 조직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그 아이템이 어떻게 나왔겠는가? 그 창업자의 어떤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다. 돈을 벌고 싶고, 기회가 있는 곳이 연결되어 생기는 것이다. 그게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비전. 중요하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 함께 일하는 사람, 나의 제품을 사주는 사람이 이 가치에 공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이제 나의 비전은 무엇일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그 시도를 세상이 받아주는지를 검증해봐야한다. 그 뒤로는 당장의 비전은 이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생존하지 못하면 내가 가진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줄 수 없다. 오늘도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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