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여름날.
일주일에 한 번 오는 한문 학습지 선생님을 기다렸다 원래 오기로 한 시간보다 20분이 늦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재를 뜯고 나온 비닐을 집어던지며 버리고 오라던가 쉬운 것을 모르고 버벅거리고 있으면 비웃기도 했다 그러다 어쩌다 엄마가 집에 있는 날에는 태도가 확 바뀌었다
학습지를 하고 복싱장에 가야 했다
그 후엔 수학학원
그 무렵 나는 퍽 바쁜 사람이었다
더 이상 그 선생을 기다릴 수 없었다
이판사판 집 문을 박차고 복싱장으로 향했다
줄넘기 이단뛰기를 깡총깡총 뛰고
원투 펀치를 힘껏 내질렀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퇴근한 엄마가 팔짱을 끼고 날 째려봤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그날 나는 엄마한테 디지게 혼나고 복싱장도, 곧이어 학습지도 때려치웠다
아직까지 그때 익혔던 한자와 강펀치를 날리는 방법을 기억한다
그리고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혼꾸녕이 났던 것.
하지만 그것보다 강렬히 가슴 속에 남은 건
복싱장으로 뛰어가던 그 힘찬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