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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콬콬 Mar 03. 2016

르네상스의 미술

 책읽기-1


서평_ 1부, 1장  하인리히 뵐플린 <르네상스의 미술>

     

     

 14-15세기에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은 단순한 대상 묘사를 넘어 회화의 형식적 측면을 살리기 위한 구성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을 재현하겠다는 새로운 생각에 매료된 화가들이 앞장선 혁신적인 실험이기도 했다. 조토와 마사초에 이어 보티첼리와 기를란다요 등 15세기의 시대정신을 이끌어간 화가들의 혁신적 실험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렀으며 미술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미술의 시작을 연 조토는 원근법을 사용하여 평면에 깊이를 만들어 미술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열었다. 마사초는 조토에서 더 나아가 화면 안의 물체들이 차지하는 위치로 평면에 공간감을 드러냈다. 마사초는 화면 안의 시점을 통일하고 면을 차지하는 물체의 명암을 살려 평면에 공간을 창조 할 줄 알았다. 마사초의 다음 세대인 기를란다요는 마사초가 이룬 평면에 재현하는 공간감이란 문제를 더욱 발전시켰다. 그는 기존에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이 정적인 포즈로 포착되던 방식이 아니라 화면 속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 안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듯 보이게 인물의 움직임을 생생히 그렸다. ‘구성의 모티프로 시도한 이야기를 중심점에 놓고 주변 인물을 다루는 방식’은 그의 후대인 16세기의 위대한 대가들이 탐구했던 구성 방식이었다.

   이 시기의 예술가들은 ‘입체감, 색채기술, 대기의 원근법’등으로 실감나게 자연을 재현한다는 생각에 이끌렸다. 화면에 묘사된 인물들은 각자 개인적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났고, 천사들도 천상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 개성이 부여된 모습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인물의 표정이나 의상 등이 섬세하고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묘사된 조형물을 선호했다. 15세기는 리얼리즘의 시기로 불리는데 우리가 지금 이해하는 리얼리즘이란 프리즘으로 당시의 리얼리즘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15세기의 리얼리즘은 대상을 실감나게 재현한다는 의미로 뜻하는 단순한 현실감을 지칭한다. 이전에 그림에서 묘사된 공간은 현실과 분리된 닫힌 곳이었는데 그와 다르게 마사초는 성당의 기둥에 그린 실제 세계가 기둥 너머까지 이어지는 환각효과를 일으키도록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로써 그림은 단순한 벽장식용 효과를 내는 수단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평균수준을 뛰어넘은 몇몇 화가들이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얻은 성과를 집약하여 ‘회화의 형식’으로 완성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 속 개별 요소는 전체와 연결된 맥락 안에서 파악된다. 개별요소는 전체의 구성안에서 배치되면서 안정적인 삼각 구도를 이루는데 이런 구성의 형식 자체가 회화의 주제를 드러낸다. 섬세하게 묘사된 주요 인물들은 두드러지게 보이며 배경인물들은 가장자리에 배치되는 레오나르도의 방식을 후대의 예술가들은 따르며 모방했다. 특히 그가 그린 1480년경의 그림 <동방박사의 경배>는 15세기의 과도기적 요소가 보이기는 해도 대상을 부각하는 방법에서 이미 16세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구성과 공간감은 미술의 문제를 넘어 예술 일반의 문제로 받아들여져 이후 세대가 끊임없이 제기하고 추구할 주요과제가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르네상스 미술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활약한 16세기의 전 시기인 14~15세기 미술은 미술사의 성취이기도 한 형식의 문제가 발아한 시기였다. 현실세계인 자연을 평면에 실감나게 묘사하고 싶어한 당시 예술가들의 욕망은 미술을 단순한 표현에서 자연과 인간을 재현하는 매체로 격상시켰다. 자연의 재현이란 문제를 예술의 형식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는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미술에서 다루는 주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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