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時가 아니다
갑작스럽게
바람이나 안개
비나 눈이
비명같은 내 오랜 기도를 듣고 있다는
그의 휘파람처럼 나타난다면
나는 이 어둔 밤
안개에 뒤덮이고 싶다
눈을 뜨고 저 희부연 몸속으로
주저하지 않으며 들어가겠다
적막한 허공으로 손을 뻗어
안개를 휘젓지 않고
짚을만한 나무 기둥 찾아
서성대지 않으며
저 하얀 어둠
그 속으로
조용히 걸어갈테다
이미 안개 속에
천 개의 눈물방울이 숨었으니
내 어둠은
어느새 하얗다
몸통마저 창백한 하얀 새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허공을 직선으로 가르며 내려와
내 서늘한 뒷목을 콱 찍고는
다시 나무 둥치위로 날아간다
하얀 새는
답장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지도를
발끝에 떨어뜨리고는
경멸한다.
내 투명한 목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를
어쩌면 사랑이었을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