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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Lu Nov 05. 2018

박씨네 똥개의 역사 #2

토미가 가족이 되던 날.

"토미야, 너 이제 여기서 살아야 해."


한 달 만에 찾아온 옆집 아저씨는 짧고 굵게 말씀하셨다. 토미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듯이, 아저씨를 온몸으로 반기며 왜 이제야 왔냐고, 우리 빨리 가자고, 빨리 집에 가자며 아저씨 주위를 뱅뱅 돌기만 하였다. 아저씨는 다시 한번 더 힘을 주어 말씀하셨다.


"너 이제 여기서 살아. 여기가 네 집이야."


토미는 여전히 아저씨 주위를 뱅뱅 돌며 엉덩이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왜 이제야 왔냐고, 우리 빨리 가자고. 


옆집 아저씨는 우리 부모님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시고는 뒤돌아 걸어가셨다. 토미는 그런 아저씨의 뒤를 잽싸게 쫓아가며 나도 데려가라고 아저씨에게 매달렸다. 그러자 옆집 아저씨는 단호하게 토미를 안아 들고는 우리 집에 갖다 둔 토미의 집으로 토미를 매몰차게 내려놓으셨다.


"안돼! 너 이제 여기서 살아야 해!"


 토미는 꼬리가 없는 강아지였다. 어렸을 때 단미 시켜줬다고 하는데, 이유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꼬리가 없는 토미는 기분이 좋거나, 우리를 반길 때면 꼬리 대신 엉덩이를 신나게 흔들어댔다. 얼마나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었는지, 모두가 토미의 엉덩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정다감한 성격에, 사고 치는 법 없이 눈치도

빨랐던 토미. 그날 처음으로 토미는 엉덩이를 더 이상 흔들지 않았다. 옆집 아저씨는 마음을 굳게 먹으셨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셨고, 토미는 그런 아저씨를 뒤로 한 채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토미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다. 자기도 이제 이 곳이 제집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는지, 더 이상 동네 오토바이를 쫓아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옆집으로 찾아가지도 않았다. 


(어린 나, 그리고 언니와 놀아주는 토미)


미안하고 기특했던 토미, 토미는 박씨네 똥개의 역사 중 가장 영특하고 똑똑했던 개였다. 언니가 학교에 가면 뒤를 총총총 따라갔던 토미. 언니가 재차 '집으로 가~ 안돼~'라고 말하면 시무룩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어느샌가 학교까지 쫓아가 언니를 보며 엉덩이를 흔들어댔다는 토미.  그런 토미였지만, 엄마는 사실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 키우랴, 집안일하랴, 소일거리로 적은 돈이라도 모으랴, 그때의 엄마는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개까지 딸린 식구가 되어, 개 뒤치다꺼리까지 모두 엄마의 몫이니, 엄마 눈에는 토미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도 이해가 된다. 물론 사고 치는 법도 없고, 점잖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똑똑한 토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는 짐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뜨개질로 소일거리를 하고 있던 엄마에게 토미가 갑자기 달려왔다고 한다. 


'켁켁켁'


기침도 아니고 재채기도 아닌, 목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엄마에게 달려온 토미가 엄마를 바라보며 계속 '컥컥'거려 대서 엄마는 '얘가 왜 이럴까'싶었다. 가만히 보니 토미가 자꾸 엄마를 향해 입을 벌려댔다고 한다. 


"가만있어봐, 토미야. 아줌마가 봐줄게"


엄마는 토미의 입을 손으로 벌려 유심히 보니, 목에 닭뼈가 박혀있는 것이 보였다. 닭 날개 뼈처럼, 가늘고 긴 뼈였는데, 동네를 종일 돌아다니는 토미가 어디서 뭘 주워 먹은 것인지 목에 닭뼈가 박혀 컥컥 거리며 아파했던 것이었다. 


엄마가 보기에 토미의 목구멍으로 손을 넣으면 뼈를 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한다. 토미가 발버둥 쳤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토미는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계속 입을 벌리고 컥컥거렸고,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엄마는 한 손으로 토미의 입을 잡고, 남은 한 손을 목구멍에 살며시 넣어 목에 박혀있는 뼈를 꺼내었다. 그 순간, 토미는 몇 번 더 컥컥거리더니 세상 살 것 같다는 듯 엄마에게 폭 안겨서 한참을 있었다고 한다.  


 예뻐해 준 적도 없는데 그래도 엄마가 가족이라고 자기를 살릴 사람이라고 엄마를 찾아왔다는 사실에 엄마 역시 가슴이 저려와 한참을 그렇게 둘이 안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렇게 토미를 가슴으로 품었고, 토미는 그렇게 온전히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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