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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Lu Nov 20. 2018

박씨네 똥개의 역사 #3

토미가 사라지다.


토미가 사라진 날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아빠는 토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다. 몇 년을 목줄 한번 안 채우고 키웠던 토미였기에, 어디서 길을 잃었을 리 없었고, 게다가 토미는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네 밖으로는 절대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설마 사고?'


토미는 무척 영리해서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알아서 피했고, 차가 많이 다니는 찻길은 함부로 다니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길가 안쪽으로 걷거나, 차가 지나간 다음에 제 갈길을 가는 친구였다. 가출은 더더욱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가족이라면 끔찍한 토미였기에, 아무리 동네에 예쁜 강아지가 발정이 났다 하더라도, 저녁 시간이면 꼭 집으로 돌아와 우리 가족의 애굣 덩어리가 되어줬던 토미였다. 


벌써 20여 년이 지난 기억이기에 어느 가족도 토미가 사라진 날에 대한 기억이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여름날이면 개장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한복판의 동네를 돌아다니며 


'개 삽니다, 개 파슈~' 


라는 노래 아닌 노래를 불렀고, 그 소리만 들으면 반드시 쫓아내야만 하는 적이라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챈 온 동네 개들이 동네가 떠나가라 짖어대기 시작했었다. 그때만 해도 집에서 목줄 채우고 개를 키우거나,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집은 흔하지 않았다. 발에 차이는 똥개라면 쉽게 낚아채서 개장수 오토바이 뒤에 있는 철창에 가둬 바람처럼 사라져도, 법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CCTV를 열어볼 집은 몇 되지 않았을 때였다(물론 CCTV 자체가 없는 골목이 허다했다). 


토미가 사라지던 날 개장수의 노래가 들렸는지는 가족 중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개장수가 데려갔을지, 아니면 지나가던 낯선 사람이 검고 잘생긴 우리 토미를 보고 길을 잃어버린 줄 알고 데려갔을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우리 가족이 기억하는 것은, 며칠이 지나도 보이지 않는 토미 흔적에 마침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눈물 콧물이 묻은 저녁밥을 먹으며 흐엉흐엉 울음을 삼켜대는 나와 언니의 울음소리, 토미에게 첫정을 빼앗겨 버린 엄마의 한숨소리와 밥을 먹다 조용히 밖을 나가 토미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보는 아빠의 목소리뿐이었다.  


개장수가 데려갔을까,

낯선 사람이 데려갔을까,

길을 잃어버린 것일까,

사고라도 난 것일까,

집을 떠나버린 것일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별은 가슴 아팠지만, 개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온 서울을 뒤지고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선가 잘 있겠지, 개장수는 아닐 거야. 우리 가족이 토미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그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무언가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까지 찾을 여력은 없었다. 


박씨네 첫 똥개, 토미는 그렇게 어느 날 사라졌다. 



(유치원 버스 타러 가는 나의 길을 함께 걸어줬던 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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