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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iousS Oct 26. 2015

유통 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물류 산업의 대응

future of retail

< Future of Retail 유통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던 범한판토스 사내매거진 기고문>


유통 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물류 산업의 대응
Digital Innovation of Retail and its Implication on Logistics


소비자 A씨는 백화점에 들렀다 평소 구매하고 싶어했던 구두 브랜드의 특별 할인전 행사를 접하게 되었다. 할인되는 구두를 이리 저리 신어보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구두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는 즉시 결제하는 대신 스마트폰에 해당 제품의 품명을 검색하였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른 후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였다.
소비자 B씨는 인터넷 리뷰 사이트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리뷰들을 꼼꼼히 분석하였다. 최종적으로 하나의 제품을 선택한 후 가격 검색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도 파악하였다. 급히 카메라가 필요했던 B씨는 집 근처 마트, 전자제품 전문점들의 웹사이트에서 가격 정보를 검색한 후 인터넷 가격과 유사한 곳을 찾아내었고, 바로 해당 마트로 달려가 카메라를 구입하고 오후 시간에 적극 활용하였다. 오프라인 매장 이곳저곳을 둘러볼 필요없이 인터넷 검색만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마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벌어진 유통 혁명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통을 책임지던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유통기업들과의 경쟁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유통 산업에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는 곧 물류산업의 혁신을 요구한다.


앞의 사례에서, 소비자 A씨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현상을 “쇼룸 현상 (Showrooming Effect)”이라고 한다. 쇼룸 현상이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제품의 문제점을 살피고 특성을 눈으로 직접 경험하는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인 순간 제품 구매는 가장 저렴하거나 편리한 곳에서 하는 현상이다. 과거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비록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하고 있더라도 일단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하였으나, 스마트폰의 등장은 모든 정보를 필요한 순간에 즉시 비교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찾아온 고객이 모든 것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구매 의사결정은 다른 매장을 선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과거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제품의 “Look-and-Feel”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을 스마트폰과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은 후 구매 자체는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는 현상이 정착되면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의 전시장으로 전락하게 되고, 오프라인 매장의 높은 고정비용과 인건비를 고려할 때 오프라인 유통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터넷 산업의 선구자인 마크 앤드리신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결국 모든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사라지고 온라인 유통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극단적 의견까지 제시하였다 [1].


쇼룸 현상을 잘 극복하여 오프라인 매장에 찾아온 고객이 해당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더라도 전통적인 유통산업은 새로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바로 “Zero Moment of Truth”라는 개념이다.


https://www.thinkwithgoogle.com/collections/zero-moment-truth.html


고객접점 (Moment of Truth; MOT)이라는 개념은, 유통산업에서 고객이 유통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유통산업에서 고객접점 MOT는 1단계 고객접점(First MOT)과 2단계 고객접점(Second MOT)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1단계 고객접점은 고객이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로, 해당 매장에 대한 첫인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2단계 고객접점은 제품 구매가 마무리되는 단계로, 제품을 구매하여 해당 제품을 배송하고 가정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완성된다. 그런데, 소비자 B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개념의 고객접점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바로 0단계 고객접점 (Zero MOT)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고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고객이 매장을 선택하는 과정이 상당부분 랜덤한 성격을 띄고 있었다.


늘 가던 쇼핑몰에 가는 경우나 지나가던 중 매장 외부에 걸린 문구를 보고 매장에 들어가거나, 혹은 매장 외부의 디스플레이를 보고 들어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고객이 이미 모든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후 제품에 대한 구매의사결정과 동시에 어떤 곳에서 구매할 것인지까지 결정하게 되었다. 만약 가격이 중요한 요소라면, 고객은 10원이라도 비싼 곳에서 물건을 사려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있다면, 고객이 가격에 기반하여 이미 해당 매장을 후보에서 제외시켜버리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볼 가능성도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음식으로 유명한 맛집 골목이 있다고 할 때, 처음엔 식당마다 손님의 수에 큰 차이가 없지만, 블로그에 특정 업소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순간 해당 골목을 처음 방문하는 대다수의 고객들은 블로그에서 유명한 특정 식당에 몰리게 되고 다른 식당들은 비록 특화된 서비스와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고객들의 선택 자체를 받을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 스토어들도 0단계 고객접점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에 따른 유통산업 지각의 변동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전통적 유통강자들은 멀티채널 유통(Multi-channel Retail)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크로스채널 유통 (Cross-channel Retail), 옴니채널 유통 (Omni-channel Retail)이라는 개념으로도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경로인 채널을 통합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즉,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려 할 때, 멀티채널 유통 기업은 오프라인의 백화점, 마트, 전문점 (Specialty Store), 온라인의 인터넷 웹 사이트, 스마트폰 모바일 웹 사이트 등 어떤 채널에서든 어떤 마찰도 없이 채널을 이동하며 제품에 대해 검색하고, 테스트하고, 구매하는 활동이 가능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월마트나 토이저러스, 베스트바이 등 세계적인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인터넷, 스마트폰, 오프라인 매장 어디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 체계를 혁신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스마트폰이 쇼룸현상과 같은 부정적 효과보다 오히려 오프라인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실리콘 밸리에 월마트랩(Wal-mart Labs)을 설립한 후 스마트폰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융합되는 서비스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기엔 인터넷에서만 머물던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 스토어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판단하여 0단계 고객접점에서 마지막 고객접점까지 모든 순간 월마트만의 특색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선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 유통기업이라고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쇼룸 현상이 확산되어 대다수의 고객들이 제품을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테스트해본 후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에서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제품이 원하는 시간에 오지 않고 더욱 오래 기다려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WebVan, Pets.com, eToys.com이 파산하였던 사례를 고려해보면 재고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물류 체계 확보가 시급한 것이다. 또한,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들을 오프라인에 빼앗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멀티채널 유통으로 무장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 온라인으로 이동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 스토어를 인수하여 “고객 서비스 경험 센터 User Experience Center”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통 산업의 지각 변동이 물류에는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을까?

첫째, 고객에 대한 통합된 정보를 제공하는 IT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멀티채널 유통이 확산되면, 결국 채널별로 분리 운영되는 재고들을 통합 관리하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효과적인 곳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채널별 분리된 재고들의 정보를 통합하여 어떤 곳에 어느 수준의 재고가 있으며, 공급업체로부터의 파이프라인에 이동 중인 재고까지 모든 정보를 한곳에서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보다 더욱 정보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유통산업 자체적으로 할 수 없으므로, 물류산업의 서비스를 확대하여 채널별 재고와 물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가능한 서비스로 개발하여야 한다. 실제 구글의 경우 Shopping Express라는 플랫폼으로 개발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로컬 스토어들, 특송기업들과 연계하여 재고 수준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물류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UPS 역시 멀티채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온라인 유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사의 물류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2].


둘째, 다양한 물류경로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최종소비자별로 특화된 물류서비스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멀티채널 유통의 등장과 온라인 유통의 오프라인으로의 세력 확장은 결국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르고 운송하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고 유통기업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을 원하는 곳으로 배송하는 개념으로 변화해 나가게 된다. 멀티채널유통을 지향하게 될 경우 오프라인 스토어 자체에 재고를 많이 유지하는 전통적 오프라인 운영 전략은 높은 고정비용/변동비용 문제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오프라인 스토어는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물류는 기존의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분리되어 채널별로 통합되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경로 역시 다양해질 수 밖에 없으며,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물류 서비스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비용과 서비스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어려운 작업과 동시에 최종소비자별로 특화된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을 유통산업 홀로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통산업의 지각 변동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처럼 오프라인 쇼핑, 온라인 쇼핑으로 유통 서비스를 구분하는 개념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최종 소비자를 중심으로 모든 유통 서비스가 재구성되어 제공될 것이다. 소비자는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으면서도 낮은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유통과 물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기존의 서비스를 재구성하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곧 과거의 기능적 물류서비스 (운송, 창고, 재고, 통관 등) 전문가가 아닌 모든 기능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재구성하는 역량을 가진 종합 전문가로써의 물류전문가 양성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물류산업의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물류 산업이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1] “Andreeseen predicts the death of traditional retail. Yes: Absolute death”, Pandodaily 2013/01/30
[2] “UPS Pulse of the Online Shopper”, UPS White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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