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 발명가 '르넬리스 드레벨'이 1620년 영국에서 최초의 잠수함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사람인데 영국에서 처음으로 잠수함을 만들게 된 건 드레벨이 영국으로 건너가 살았기 때문이다. 드레벨은 당시 유명한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는데 1604년 영국 왕의 초대로 영국 해군에서 일하며 살게 되었다.
드레벨은 나무로 된 선체에 방수가 되도록 기름칠된 가죽을 덮어 잠수함을 만들었는데 1620년부터 1624년까지 총 3척의 잠수함을 만들어 운행했다. 4~5미터 아래로 잠수해 3시간에 약 3.2km 정도 운행이 가능했는데,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진 잠수함은 12개의 노를 저어 갈 수 있고 16명이 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잠수함의 이름이 따로 기록으로 전해지지는 않아 잠수함의 이름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고, 이 잠수함은 전투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성능이 미흡해서 군용으로 제작되어 실제 해군에서 사용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1775년 미국의 '데이비드 부쉬넬'이 오크나무로 큰 계란처럼 생긴 1인용 잠수정 '터틀'을 만들었다. 높이 1.82m, 길이 2.28m로 안에서 사람이 펌프를 이용해 물을 넣거나 빼내서 이 힘으로 잠수하거나 물 위로 올라올 수 있게 했다. 또 손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선체 외부에 공격용 화약통을 달아 무장했다.
미국이 독립전쟁 중이던 1776년 9월, 터틀은 실전에 투입되어 '에즈라 리'라는 군인이 자원해 잠수정을 타고 전투에 나갔다. 영국 군함 '이글'호에 접근해 수중에서 폭탄을 설치해 군함을 폭파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전투에서 성공했다고 할만한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터틀은 모든 걸 사람의 힘에 의존하는 방식인데, 잠수함이 전진하려면 프로펠러를 돌려 그 힘으로 가고, 필요할 때 손으로 펌프질을 해서 잠수를 해야 했다. 또 무장한 폭탄은 적함에 다가가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내서 장착시켜야 했다. 이 모든 걸 혼자 다하려니 어마어마한 체력과 정신력이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고, 실제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 전투에서 군함을 격침한 최초의 잠수함은 미국의 '헌리호'로 1864년 2월 남북전쟁 때 북군의 1200t급 호사토닉호를 폭탄으로 침몰시켰다. 하지만 헌리호 역시 수동으로 10여 명의 승조원이 핸들을 돌려 발생한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이었고, 첫 전투에서 폭파되는 배와 근접한 거리에 있다가 폭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침몰하고 만다.
기계의 힘을 활용하는 근대적인 최초의 잠수함은 미국의 '홀랜드호'(1898년)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홀랜드호는 잠수 중에는 전기의 힘으로, 물 위에서는 석유를 쓰는 내연 기관의 힘으로 항해하는 형태를 취했다.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은 미국에서 만든 노틸러스호로 1954년 12월 30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길이 98m, 너비 8.4m, 속도 20노트 이상(시속 30~50Km), 승무원 96명으로 연료 보급 후 약 50일간 6만 해리(111000Km)를 잠항할 수 있다. 1980년에 퇴역해서 현재는 코네티컷주 기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잠수함이 등장한 이후 해상 전투의 개념이 급격하게 바뀐다. 총과 기관총이 등장하며 돌격전이 사라지고 진지와 참호전 중심의 전투 형태가 생긴 것과 비슷하다. 과거 큰 전함으로 파괴력이 크고 멀리 나갈 수 있는 함포를 가지면 유리했던 해상 전투력이 잠수함이 등장하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특히 1,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유보트'(Underseeboat)를 만들어 연합군의 군함과 상선 5,150척을 격침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1차 세계대전 초기인 1914년 9월, 유보트는 영국 해군 순양함 3척을 1시간 만에 침몰시켜 승조원 2200명 중 1459명이 사망한다. 또 잠수함으로 섬나라인 영국의 해상 경로를 봉쇄해 무역 활동을 막고 물자가 전달되지 못하게 해 영국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한다. 이게 다 잠수함의 힘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도 맹위를 떨친 독일의 유보트 때문에 영국 처칠 수상은 "유일하게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한 건 독일의 유보트였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 때 잠수함은 '비열한 무기'라고 비난받았지만, 잠수함의 위력과 동시에 쓴 맛을 본 국가들 모두가 곧 경쟁적으로 잠수함을 생산하고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석궁이 처음 나왔을 때도 비신사적이고 기독교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잔인한 무기라고 교황청에서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하는데 총이 나오기 전까지 위력적인 원거리용 무기로 아주 잘 쓰이게 된다. 어쩌면 전쟁 앞에서는 '비열함'이나 '비신사적'이란 단어 같은 건 사치일지도 모른다.
배수량 300톤을 기준으로 잠수함과 잠수정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정은 '돌고래-051'로 1982년 4월 2일에 취역해서 2003년에 퇴역했다. 배수량이 수상 150톤(수중 175톤), 21m 길이에 14명이 탑승 가능한 잠수정으로 이탈리아 코스모스사 기술을 활용해 도입한 잠수정이다.
최초의 잠수함은 '장보고함'으로 독일에서 도입해 1993년 6월 2일에 실전 배치되었다. 길이 56m, 너비, 6.2m, 높이 5.5m이고 속도는 수상에서 약 11노트(시속 20Km), 잠수시 22노트(시속 40Km)이다. 우리 기술로 처음 개발된 잠수함은 '이천함'으로 대우조선에서 만들었고 1992년 10월 12일에 제작되어 1994년 4월 30일에 실전 배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