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과인간 Nov 24. 2021

친구가 자살했다

2020년 12월 22일 새벽. 친구가 자살했다. 


누군가 내게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세 손가락 안에는 꼭 들어가는 그런 친구였다. 서른 세 살의 예쁜 나이로 그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나는 한 살을 더 먹었는데 그 애는 나이도 먹지 않는다. 


친구가 죽은지 약 일 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 친구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사실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건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한 달 후부터였지만 도저히 친구의 죽음에 대해 긴 글을 정리해서 쓸 수가 없었다. 아마 마음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중간중간, 그 친구를 떠올리며 나는 짧은 글들을 썼다. 그건 글이라기보다는 그 친구에게 하는 말이자, 그저 나의 배설물에 가깝다. 하지만 크게 정제되지 않은 그 글들도 이곳에 올릴 것이다. 맨 정신으로, 또는 취해서 그 친구를 떠올렸던 나날들의 기록도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라는 책이 있다. 바르트가 어머니를 잃고 휘갈겨쓴 짧은 글들인데 그가 죽은 지 30년이 지나서야 출판이 되었다. 바르트는 그 글을 출판할 생각이 없었고, 그 덕에 문장들이 전혀 정제되지 않은 듯하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런 책과 글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친구에 대한 글을 써서 못 올릴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굳이 왜 이 글을 쓰고 올리려는 걸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친구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친구처럼 힘들어하고 있을 수많은 우울한 친구들과 그 친구들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은 모두를 위해서라고. 특수한 개인의 이야기겠지만, 조금이나마 나의 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그래, 처음에는 이 글이 누굴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건 그냥 내가 정신과 상담 대신 택한 기록이란 걸. 정신과를 가기에는 나는 꽤 멀쩡했고, 안 가기에는 자주 괴로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딜 가야 할지를 모르겠는 게 가장 컸다. 예전에 심리상담을 빙자한 포교활동을 강요당한 적이 있어서 불안감이 더 컸다. 좋은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여서, 대신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니 이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다. 


친구가 떠나고 난 뒤 나는 웃으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남들이 힘드냐고 묻는다면 이제 괜찮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매일 그 친구를 떠올리고, 친구들과 놀고 온 날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욱 공허해진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갑자기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며 울기도 했다. 이제는 잠은 잘 자지만, 꿈에 가끔 친구가 나온다. 아마도 아직 나는 친구를 다 보내지 못한 것 같다. 


이 글은, 그러니까 애도를 위한 글이며 나의 극복을 위한 글이다. 글을 썼으니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나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이 글을 발견한다면, 공감이나 위로를 주고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건네는 것만이 아니라, 나도 받고 싶다.



어이가 없게도 그 친구가 죽고 난 뒤 6개월 후 2021년 5월, 다른 친구 한 명도 사고사로 세상을 떠났다. 이 친구는 이성친구 중 가장 친한 친구였다. 남녀 간의 친구 사이에 그 흔한 썸 한번 없이 10년 넘게 시간을 보내온 친구였다. 같이 4박 5일 내일로 여행도 다녀올 정도였으니, 동성 친구나 다름없을 만큼 친했다. 이 친구에 대한 얘기도 중간중간 함께 쓸 예정이다. 얼마나 안타깝게 한 생명이 사라졌고, 그를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만 자살한 친구는 '내가 돕지 못했다' 마음의 부채감이 있어서인지, 아마 자살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다음 달이면 이 친구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된다. 그 전에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제부터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 대한 애도 일기를 업로드하겠다. 때로는 오글거릴 정도로 유치하고 감성적이고, 미친 사람처럼 헛소리를 쓰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죽음으로 조금은 미쳐 있으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