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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K Song Jun 27. 2016

퇴사란

퇴사 6개월 후에 쓰는 일기

작년 12월 말,

나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사를 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1년만 다니고 그만둔다는 말을 하며

만 3년을 꽉꽉 채우고 나왔다.


내가 다니던 곳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이었고,

그 곳은 대기업 중에서도 안정된 월급, 괜찮은 복지, 유연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같이 일하던 동기, 선배들은 이왕이면 참고 버티라고 나를 말렸지만 과연 그게 답인가? 하는 생각이

퇴사하기 몇개월전부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말 그게 답인가?

무조건 참고 버티면 이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순간이 오는건가?


퇴사면담을 할 때, 팀장님이 하신 말씀이 결과적으로는 나의 퇴사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내게도 선택의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나는 어쩌다 보니 그 기회를 모두 놓치고 이 길을 걸어왔어. 그랬는데 뒤돌아보니 이 길도 나쁘지가 않네. 오히려 내 또래 동기들을 보면 그나마 내가 잘 살고 있는거더라구. 그러니까 기윰씨도 이거 계속해도 괜찮지 않겠어?"


나는 어쩌다보니, 어쩔 수 없어서, 기회를 놓쳐서 그 길을 걸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 삶을 살고 싶어,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내가 하는 일을 말해주고 싶어, 라는 생각이 나를 퇴사로 이끈 셈이다.


사실, 나는 아무런 계획없이 퇴사를 감행했다.

어떤사람은 나보고 대책없는 애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래야만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를 너무 많이 잃어버렸고, 내가 생각했던 가치관들에 혼란이 왔고, 내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를 다시 찾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나는 여전히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그 전 보다 소비는 줄었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건강해지고 행복해졌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일을 그만두어도 괜찮다.


한발자국만 움직여도 고꾸라질 것 같은 절벽에서 막상 뛰어내려보면

오히려 숨어있던 당신의 날개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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