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회사 직원이 느끼는 감정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 모두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원치 않을 텐데요. 인터넷에서 활동을 하는 순간부터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서비스 이용을 하기 위해서 정보 란에 기입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개인정보 약관 동의서는 너무 길어서 눈이 아파 다 읽지도 않는 모순을 보이지만 말이죠. 과연 내가 입력하는 것이 세상에 까발려질지 아닐지 드는 의문이 들지만, 고객 정보인데 이것을 받는 회사가 어련히 알아서 잘 관리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덮곤 하죠.
저의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은 모르는 사람들이 제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비공개로 해놓았어요. 공개로 설정해 놓은 계정에도 제 얼굴이 나온 건 꼭 필요한 때만 가끔 올리고, 주 콘텐츠는 업무적인 것을 업로드합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대중의 높은 반응과 참여도를 이끌어내려면 사람의 얼굴이 포함된 콘텐츠가 좋다고 합니다. 못생겼던 잘 생겼던지 상관없이 그냥 얼굴이면 되더라고요. 얼굴 없이 물체만 있는 콘텐츠보다 얼굴이 나온 콘텐츠가 더 클릭률 CTR(Click Through Rate)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얼굴을 희생양 삼아 공개적인 소셜미디어에 걸어놓기는 합니다. 올리면서도 인터넷이라는 우주 같은 공간에 저의 얼굴을 공짜로 팔아버린 것은 아닌가 찝찝한 마음은 항상 따라다니는 족쇄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끔 구글에 제 공개 계정을 검색해 보면 저의 얼굴이 떡하니 나와있어서 불안합니다. 제 얼굴이지만 진짜 저의 얼굴이 아니라 인터넷에 종속된 아바타 같은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하지만 사업상 콘텐츠를 널리 퍼뜨려야 하기 때문에 핀터레스트, 트위터 이런 곳에 저의 사진과 계정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것을 감안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지니야~"라고 부르면 대답을 하는 kt 출신 인공지능 스피커가 있습니다. 전원이 항상 켜져야 TV를 켤 수 있기 때문에 저희 가족이 집에서 하는 대화를 도청기처럼 듣고 있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집에 혼자 있는데 제가 혼잣말을 무심코 하니 지니가 대답을 하더군요….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순간 소름이 돋아서 즉시 전원 플러그를 뺐습니다.
괜히 미국 아마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를 무지막지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는 게 아닙니다. 최대한 많은 가정이 자사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해야 사람들이 일상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데이터가 쌓여서 맞춤형 광고 혹은 쇼핑 추천을 해줄 수 있죠. 이걸 본 여러분들은 부디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지 마시길… 아직 기술적인 정확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스피커 이름을 불러서 할 수 있는 기능이 굉장히 한정인 거, 알고 계시죠. 음악을 하나 트는데도 스피커가 말을 못 알아 들어서 결국에는 어차피 귀찮게 직접 손으로 클릭해야 하는데, 굳이 수고로움을 조금 덜자고 프라이빗한 개인 정보를 공짜로 내주지 말자고요!
다만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이런 개인화된 알고리즘 최적화에 일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매일매일이 딜레마이긴 합니다.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헤비 하게 소비하는 유저이기도 하지만, 소셜미디어 회사의 조직원으로써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많이 보고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일조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으니 말이죠. 안 그래도 소셜미디어 관련 뉴스를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긍정적인 뉴스 기사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작성한 홍보기사라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 기사들은 회사 public policy 팀에서 알아서 기자들과 협력해서 작성을 합니다. 소셜미디어, 테크 인더스트리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저에게 딱 맞지만 훗날에는 마음의 짐이 덜한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등 모든 검색엔진/소셜미디어는 유저의 개인정보 및 검색 이력을 참고해서 쿼리 추천을 해주고, 맞춤형 광고를 띄웁니다. 유저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최대한 가깝게 맞추려면 저희가 좋든 싫든 개인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아가는 수밖에 없겠죠. 지금으로부터 꽤 되었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Facebook과 Cambridge Analytica 케이스, 그리고 이번에 이슈가 된 Facebook의 data scientist Frances Haugen의 문서 leak 사건은 검색엔진/소셜미디어 회사가 어느 정도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털어갔는지 방증합니다. 안타깝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