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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Aug 16. 2019

나만 두려운 건 아니겠지?

파트4_건강하게 지구를 떠나자

우리는 모두 나날이 늙어가며 언젠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불편하지만 진실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반려동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내 곁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해져 옵니다. 

 

노화와 죽음은 저 멀리 있는 추상적인 형태의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나에게 다가올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언제 그것이 내 앞에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별다른 큰 문제없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생각해봅시다. 나이가 들면 피부는 예전 같지 않아 늘어지고, 조금씩 눈이 나빠지고, 관절들도 예전 같지 않아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집니다. 몸은 예전처럼 생생하지 않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병에 대한 회복력도 더디고 모든 것은 노화되어 갈 겁니다. 30대, 40대, 50대를 지나면서 점점 체력은 떨어집니다. 노년의 운동하는 삶은 건강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함도 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과 체력의 차이가 가져다 주는 삶의 질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하루 휴가를 내고는 백수처럼 대낮에 수영장을 찾았습니다. 수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수영장 셔틀버스가 있더라고요. 집까지 공짜로 태워준다기에 냉큼 올라탔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영장을 다녔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고 또 언제 타보겠냐며 신나게 올라타서는 창가 쪽에 앉았어요.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님 한 분이 옆자리에 타시고는 ‘수영장 다녀오는 길인가 봐’하고 말을 건네옵니다. 염소 냄새가 덜 빠진 탓인지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보시고 말씀하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네’하고 대답을 하고는 할머니를 바라보았지요.

“나는 이번 달에 처음 수영을 등록했어요. 발차기가 너무 어렵네.”하고 이야기를 이어가십니다.

“나이 들어 처음 해보는 수영이라서 잔뜩 겁을 먹었는데, 왜 진작에 배우지 않았나 할 정도로 너무 재미가 있어요.” 하고 활짝 핀 꽃처럼 웃으셨어요. 나는 의례히 나이가 들어서 힘이 든다거나 불평이 섞인 얘기를 들을 줄 알았다가 유쾌하게 한방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네. 너무 재미있죠? 시작할 때는 조금 힘든데요. 나중에 영법을 다 배우고 나면 더 신나게 수영하실 거에요. 응원합니다.”

나도 그만 신이 나서는 주절주절 떠들고 맙니다. 

늙지 않은 생각은 마치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 듯 근사합니다. 나이에 개의치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할머니가 몹시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나도 그날의 할머니처럼 귀엽게 늙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건강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고요. 체력을 단단히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내가 건강하게 지구를 떠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단단한 몸은 나에게 보다 맑은 정신을 유지시켜줄 테고요.

‘이 나이에 운동을 한다고 뭐가 어찌 되겠어?’ 매 해가 되면 꼬박꼬박 무료로 자동 업그레이드되는 나이를 어찌하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닙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고 나이를 무료 갱신해가다 보면 어느새 늘어난 뱃살과 어깨에는 오십견을 달고서 40, 50대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애교에요. 질병이라도 얻고 나면 몸과 마음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기에 급급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사는 내내 많은 것을 이루고자 살아가며 일상이 고단해지는 것을 감내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그 모든 것들을 하루 아침에 앗아갑니다 

물론 내 소관이 아닌 것들이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나 병을 제외하고라면 체력을 기르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입니다. 

가끔 나이에 비해 넘치는 활기와 체력을 가진 사람들을 봅니다. 대개 꾸준히 체력 단련을 한 사람들입니다. 피부도 몸매도 그 나이로 보이지 않지만 가장 멋진 점은 활력이 넘친다는 겁니다. 넘치는 활력과 에너지는 보다 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고 같은 일상에도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신체 나이는 생물학적인 나이와 다릅니다. 우리는 의지로 신체 나이를 충분히 낮춰두고 인생을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일단 몸부터 건강해야 합니다.

어떻게 늙어가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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