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하느라 수고했다는 미국 남편의 말
쌍둥이커플 일상
오늘은 즉흥적으로 공방 출근을 하지 않았다. 어제 언니가 쉬어서 오늘은 내가 쉬기로 했다.
그런데 출근하지 않고, 일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새 디자인 연구라도 해야 하는데..
집에서 쉬기로 결정했으면서도 마음은 죄책감과 회피감으로 충분히 쉬고 있지 않았다.
저녁에 제프가 일을 끝내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
"너무 수고했어"
그래서 내가 "나 오늘 뭐 수고한 거 없는데?"
했더니,
비행기표 대신 끊어줘서 수고했다고 했다.
그건 뭐 좀 수고했다고 친다 해도
일을 하지 않았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너야말로 오늘 정말 수고했어"라고 말해줬다.
그러니 또 "너도 너무 수고했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빈말인가 립서비스 인가 보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근데 나 오늘 진짜 별로 수고 안 해서 그 말이 별로 안 와닿아"
그랬더니 하는 말.
"너 오늘 불안하고 걱정하고 초조해하느라고 수고했어. 그것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 거야. 진짜 수고 많았어"
눈물까진 안 나왔지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제프덕에 아주 작고 사소한 태도를 배운다.
내 마음 하나하나 알아주는 것.
부족하다고 못났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자책이 아닌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줄 수 있으면 인생이 얼마나 더 가벼워질까.
정작 나의 감정의 수고로움은 알아주면서 본인이 초조하고 불안한 건 수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제프에게 나도 말해줬다.
"너도 오늘 1%라도 초조했다면 그것도 너무 수고했어. 우리 이제 이거 떠나보내자."
마사지를 가볍게 해 주며 호흡하며 남아있던 불안과 초조함을 흘려보냈다.
손으로 어깨를 쓸어내리며 흘려버리는 동작을 하면 정말 감정이 흘러가버리는 것 같다.
오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한 시간이 1초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마음 애쓴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너무 수고했다고.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애쓴다고 수고했어요. 자책하지 말고 수고했다고 말해줘요. 그리고 이제 그 감정 놔줍시다.
평온한 밤 시간 보내시길. 그리고 잘 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