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이기자
사이좋게 지내라
다 같이 잘 지내야지
어릴 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교과서나 도덕책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 아닌가? 그런데 살아갈수록 실제로 저렇게 살 수 없는 모순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삶은 끝없는 투쟁이고 경쟁이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친구들 비롯한 동년배들과 경쟁을 벌인다. 대학, 군대, 직장에서도 들어가기 위한 경쟁과 올라가기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다. 경쟁에서 이기면 이긴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경쟁. 경쟁에서 지면 진 사람들끼리 다시 경쟁. 계속해서 나와 비슷한 사람과 경쟁하는 구조속에서 살고 있다.
경쟁이 싫지만 지는 것은 더 싫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별 의욕 없이 살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경쟁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지고 나서 잘 된 사람을 축하해주는데 익숙해져 있던 나의 존재는 언제부터인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진 것에 대한 모든 손해와 책임은 나의 몫이었다. 그래서 경쟁이 시작되면 이를 악물고 죽어라 달리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기분 좋은 순간은 승리를 확신하는 잠깐 뿐이다.
승리의 과실을 맛보기 전에 다시 새로운 경쟁으로 몰린다. 운 좋게 살아남은 검투사가 곧장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쟁에서 진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좋은 사람. 함께 가고 싶은 사람. 고마운 사람. 그렇다고 져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돌아선다. 위로가 하고 싶어도 위선적이 모습이 될까 봐, 그들의 자존심을 더 상하게 할까 봐 함부로 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들이 다른 경쟁에서 또 이기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고는 질지도 모르는 경쟁에 다시 뛰어든다. 내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내 앞에 있는 동료일까? 아니면 경쟁사 직원? 아니면 타 업계 직원? 지구 반대편의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인가?
그래도 함께하는 사람은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로 생각하고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Win-Win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 든다. 혹시 내가 지게 되더라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지기보다 함께 해왔던 사람이었으면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팀, 우리 회사, 우리 업계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는 것 같다.
언제까지 계속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고 좋은 것일까?
모르겠다. 아직 끝까지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군대생활과 사회생활을 겪어가면서 나는 계속 변해갔다. 이기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더구나 지금은 혼자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 물러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다. 가끔은 두렵다. 순간순간이 경쟁이고 그럴 때마다 고민이 된다. 중요한 순간에 이기기 위해 덜 중요한 순간에 져야 할 때가 있다. 표면상으로 지는 것이 실질적으로 이기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악에 차서 독을 품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상처 입고 너덜너덜해지면서 항상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느꼈다. 이겨야 할 때만 이기면 된다.
끝없는 경쟁 그만 두면 안될까?
이기던지 지던지 잘 살면 안 될까? 하지만 아직은 나에게 그런 것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없다. 평생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살아남아야 하고 이겨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그런 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경쟁이 두렵고 싫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이기고 싶습니다. 못하기보다 잘하고 싶습니다. 물렁한 마음보다 독한 마음이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