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가운 빗줄기를 따라
퍼석한 잎이 낙하한다
남은 가지는 삭풍에 몸을 맡겨
떨리는 마음 급히 숨겨본다
그대는 기억하는가
내 더운 애정의 시간을
붉고 노란 향연은 마지막 세레나데
어쩌면 결핍과 고갈
우리의 찬란했던 시절은
젖은 땅처럼 검어진다
2
깊은 어둠 속 하얀 그림자
설렐 틈도 없이 다가온다
긴 밤 그리움에 떨고 있는
벗은 몸을 덮어주려는 걸까
이별은 다른 시작이라며
포근한 사랑에 빠지고픈 걸까
향기 나는 시절을 다시 꿈꾸는
슬프고 날카로운 욕망
희망도 아니고 배신도 아니고
봄을 향한 또 하나의 긴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