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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권 Feb 08. 2021

고대의 우주 3: 천동설(지구중심설)

지난 시간 우리는 그리스 지역에서 일어난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그것을 “본질”의 발견으로 요약했었죠? 워낙 어려운 개념이니까 잠깐 본질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 자연에 대해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 보니 그리스 사람들은 자연에 ‘질서’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질서는 신이 내려준 것이기 때문에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그리스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만물에 내재된 변하지 않는 질서, 성질을 철학에서는 본질이라고 불렀고 나중에서 과학에서 자연법칙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와 같은 본질에 바탕해서 우주와 만물에 대한 완성도 높은 체계를 만들어낸 위대한 인물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림 1: 아리스토텔레스의 조각상. 그의 자연에 대한 시각은 이후 1000년 이상 서양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기원전 384년 ~ 322년)의 이론에 들어가기 전에 그의 연구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설명드리는 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대의 과학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100만 기압에 1억 도 환경에서 물질을 연구하기도 하고 생물학자들은 전자현미경으로 봐도 보일까 말까 하는 DNA를 정제합니다. 이런 조건은 일상에서  마주칠 일이 없지요. 과학자들이 이런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이론과 연구 장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도구가 없는 사람이 과학 연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우리의 신체적인 감각과 상식에 기초해서 과학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직관과 잘 맞아떨어지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요. ^^


여담입니다만, 저는 과학이 어려운 이유가 우리의 타고난 감각인 직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직관은 일상적인 환경에서 유용하지만, 틀린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력해도 이 타고난 감각을 버리기가 쉽지 않지요. 버리는 데 성공하면 과학이 쉬워집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여러분은 물리 시간에 ‘관성의 법칙’이란 것을 배운 적이 있을 겁니다. 관성의 법칙은 나중에 우리가 다룰 뉴턴 역학의 첫 번째 법칙이지요.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물체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방해를 받지 않는 한, 계속 움직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주위에서 그런 물체를 본 적이 있습니까? 아무도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공기로 가득 차 있거든요. 공기와 마찰에 의해서 모든 물체는 결국에는 멈추게 됩니다. 따라서 일상적으로는 관성의 법칙과 반대로 생각하는게 합리적이지요.


현대 과학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은 우리의 일상적인 관찰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본능적인 세계 이해(folk physics)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예를 들면 그의 역학에서 속도는 마찰(매질의 밀도)과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돌멩이를 두 개 던진다고 해봅시다. 같은 힘으로 던져도 공기 중에서 던지면 빠르게 날아가고 물 속에 들어가면 속도가 느려집니다. 여러분 모두 한 번쯤 겪어본 이런 일상적인 경험을 모아서 이론을 만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이 됩니다.


그림 2: 같은 힘으로 돌을 던져도 물속에서는 느리고 공기 중에서는 빠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이런 일상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지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고대인도 별들이 정해진 궤도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언젠간 멈추는 돌과 달리 별들은 결코 멈추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요. 따라서 하늘에 있는 별의 운동과 지상에 있는 물체의 운동을 완전히 다른 운동이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천상계와 지상계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동을 자연운동과 강제운동으로 나눕니다. 자연운동은 스스로 움직이고 영원히 계속됩니다. 반대로 강제운동은 다른 원인에 의한 운동이고 언젠간 멈추게 됩니다. 여기서 “영원히”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해봅시다. 여러분, 본질이 무엇이라고 했었죠? 앞에서 변하지 않는 질서라고 했지요. 따라서 자연운동은 본질에 속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에 속하는 자연운동이 강제운동보다 고귀한 운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연적인 ‘원운동’을 가장 고귀한 운동으로 여겼지요. 그것은 별의 운동으로 천상에서만 일어납니다. 이와 같은 구분은 고귀한 신들의 천상계와 남루한 인간의 지상계를 구분하던 고대 사회의 상식과 잘 부합하는 설명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의 원소설을 발전시켜 우주의 구조를 더 상세하게 분석합니다. 앞에서 우리는 탈레스 이후 만물의 근본에 대해서 그리스인들이 논의한 것을 보았습니다. 플라톤은 기하학적인 이론을 받아들여서 기본 물질이 ‘정다면체’의 형태를 갖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물질이 부피를 갖는다면 3차원 도형일 수밖에 없지요. 정다면체는 그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형태로, 모든 면이 정다각형인 도형을 말합니다. 가장 단순한 3차원 도형이 근본 요소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정다면체는 수학적으로 5가지만 존재합니다. 그리스인도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알려진 4원소와 천상계를 구성하는 ‘에테르’를 5가지 정다면체에 대응시켰습니다. 그는 이 5가지 원소가 기본 물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원소는 현대 과학에서 원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림 3: 세계를 구성하는 5가지 원소. 기하학적인 입체인 정다면체가 5가지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어설퍼 보이지만 이 이론으로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을 나타내는 정사면체는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지요? 플라톤은 불에 손을 대면 아픈 이유가 정사면체가 뾰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여러분이 보기에도 뾰족한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더 나아가 4원소의 조합으로 다양한 물질이 생성되고 변화되는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을 불로 끓이면 수증기가 만들어지죠? 이 현상을 물과 불의 결합으로 설명했습니다.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는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초보적인 이론이 화학의 시발점입니다.


더 중요한 내용은 5원소에 정해진 무게가 있고 그것이 우주 안에서 물질의 위치를 규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소를 무거운 것에서 가벼운 순서대로 나열하면, 흙> 물> 공기> 불> 에테르가 됩니다. 순서는 경험적으로 결정된 것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상대적인 무게가 원소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서 그는 이 우주 안에서 모든 물질에게 정해진 자리가 있고 자연적으로 그 위치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물질의 자연운동입니다. 흙은 가장 무겁기 때문에 우주의 중심으로 가려는 힘이 강합니다. 반대로 가벼운 원소는 그 힘이 약하지요. 따라서 자연적으로 우주의 중심에 흙이 모이고, 그 위에 물이, 그위에 공기가, 맨 위에는 불이 모이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지상계이고 에테르는 가장 바깥에 모여서 천상계를 구성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주의 구조가 결정됩니다. 결과적으로 우주는 그림과 같은 형태가 됩니다.



  

그림 4: 천동설의 우주 구조. 모든 물질에는 무게에 따라 정해진 위치가 있습니다. 그에 따라 무거운 원소일수록 중심에, 가벼운 원소일수록 바깥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 논리를 따라가면 가장 무거운 흙이 우주의 중심에 모여있게 됩니다. 흙이 모인 것이 무엇이죠? 바로 지구입니다(영어로 earth가 지구와 땅, 둘 다 의미하는 이유가 이해되지요?). 따라서 자연스럽게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게 됩니다. 우주의 중심에 있는 지구를 별들이 회전하게 되므로, 이 체계를 하늘이 움직이고 지구가 정지해 있다는 뜻에서 "천동설(geocentrism)"이라고 부릅니다. 이론적으로 지구가 중심에 있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지구 중심설이란 단어가 이해하기 쉬워서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만, 천동설이 더 많이 쓰이는 단어라서 여기서는 그냥 천동설로 부르겠습니다.


이 천동설 이야말로 그리스 과학 최고의 업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자연현상을 하나의 이론 틀 내에서 설명해낸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상식이죠. 그리스인들도 벌써 월식의 그림자나 멀리서 오는 배의 돛대를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천동설은 지구가 둥근 이유를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모든 흙이 다 우주 중심으로 모이려 합니다. 그러면 어떤 모양이 만들어질까요? 모든 흙이 모이려고 하면 결과적으로 구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결국 지구가 둥글다는 관찰 결과와 잘 부합하는 이론이 됩니다. 그 외에도 천동설은 많은 현상의 이유를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불을 붙이면 불꽃이 위로 향하는 사실을 잘 알 것입니다. 불은 왜 위로 가려고 할까? 천동설은 불이 가볍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바다나 호수는 땅 위에 있습니다. 돌을 던지면 아래로 가라앉지요. 왜 반대로 땅이 바다 아래에 있지 않을까요? 천동설은 땅이 더 무겁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이처럼 천동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거의 모든 현상을 잘 설명했습니다. 그것은 이전의 그 어떤 이론보다 발전된 당시로써는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뛰어난 이론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동설이 고대 사상의 중심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틀을 거의 만들기는 했지만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위대한 학자에게도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관찰 자료”와 “수학”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체계를 만들기는 했지만 실제 천체의 움직임과 비교해서 정교한 수학 모형을 만드는 일은 그리스 과학 수준에서는 무리였습니다. 그것의 완성은 또 다른 천재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톨레마이오스(기원 후 90-168)입니다.


여기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업적을 이야기하려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원전 200년 경, 이집트에는 톨레미 2세라는 학문을 사랑하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강력한 학문 진흥책을 폈고, 그 일환으로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에 거대한 도서관을 지었습니다. 이 도서관은 이후 700년간 존속하면서 역사학에서 헬레니즘이라고 부르는 시기의 학문 중심지가 됩니다. 지리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교차점에 있었던 알렉산드리아는 다양한 정보를 모으기 유리한 곳이었고, 도서관에 없는 서적을 가져온 사람에게는 큰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곧 도서관에는 방대한 서적이 모였고 최소 50만 권 이상의 파피루스가 있었다고 합니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으로 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만약 인터넷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할까요? 비유하자면 학자들에게 이 도서관은 인터넷 그 자체였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대단한 점은 종교, 인종, 신분을 막론하고 누구나 이 도서관을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지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식을 구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어 밤낮없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야말로 고대 세계 연구자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위대한 업적이 이곳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도서관에는 전 세계에서 모은 수백 년 치의 관측 기록이 있었고, 그것을 놓고 이미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림 5: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상상도. 이곳은 고대 세계 연구자들의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만약 타임머신이 발명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가 풀어야 했던 문제를 살펴봅시다. 우리는 앞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서 자연스럽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천문관측 기록과 이 모델을 비교해보면 잘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프톨레마이오스는 주전원(epicycle), 이심(eccentric), 등각속도점(equant point) 등의 수학 기법을 동원해서 관측기록과 일치하는 우주 모형을 얻어냅니다. 이 개념들은 중요하지만 이해하는데 약간의 수학적 지식을 요구합니다. 우리 강의의 철학은 가능한 기술적인 내용을 지양하고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한가지 문제에만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참고도서를 첨부할테니 더 알고 싶은 분은 참고하세요). 중요한 쟁점은 행성의 궤도와 그것과 연관된 주전원이었습니다.


먼저 행성(planet)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행성을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star)의  주위를 도는 천체"로 정의합니다. 태양계에는 항성인 태양이 있고 그 주위를 도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및 해왕성, 8개의 행성이 있지요(아쉽게도 명왕성이 최근 제외돼서 8개입니다). 그러나 고대에는 의미가 사뭇 달랐습니다. 행성이란 말은 여행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planetai’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말로하면 ‘떠돌이 별’입니다. 한자 行星(행성)도 원문의 뜻을 반영해서 번역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우선 별들의 움직임을 살펴봅시다. 하늘의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에서 서로 회전합니다. 별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데 꼭 하루가 걸립니다. (사실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하기 때문인데 천동설에서는 지구가 아니라 천구라 불리는 우주 전체가 회전한다고 보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어쨌든 핵심은 대부분의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정하게 북극성을 도는 별(star)을 항성(恒星)으로 번역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몇개 안되지만 이 운동을 따르지 않는 천체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유별나게 항성의 움직임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행성의 특이한 움직임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역행운동(retrograde motion)입니다. 앞서 별들은 모두 동에서 서로 돈다고 했지요? 그러나 행성들은 가끔 반대 방향으로, 즉 서에서 동으로 움직입니다. 예를 들면, 화성은 25개월마다 72일을 역행합니다. 목성은 12개월마다 121일을 역행하지요. 이것을 역행운동이라고 합니다. 현대 과학은 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지 잘 설명합니다. 지금은 실제로 이들 행성이 거꾸로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깝고 궤도를 도는 속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겉보기 현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yK5r9Bbkdyg

동영상 1: 화성의 역행운동 시뮬레이션. 화성과 지구의 속도 차이 때문에 종종 화성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고대인에게 역행현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였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관측자료를 계산하다가 행성이 별도의 작은 원궤도를 돈다고 가정하면 자료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별도의 작은 궤도를 주전원이라고 부릅니다. 달리 말하면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에만 별도의 원궤도를 부여한 것입니다(천왕성과 해왕성은 나중에 발견됩니다). 이 주전원 체계는 행성의 역행운동을 완벽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림 6: 천동설에서 행성의 궤도. 그림에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도는 작은 원 궤도가 주전원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구를 종합해서 13권의 책으로 출판합니다. 이 책에는 태양과 달의 운동, 1년의 길이, 지구에서 태양과 달까지의 거리는 물론 일식, 월식, 행성의 합과 충 등을 예측하는 방법과 그 원리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또한 1022개 별들의 정확한 좌표와 등급이 수록되어 있어 이걸 통해 별들의 위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천문 현상을 설명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것을 얼마나 대단한 업적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책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책에 “천문학 집대성”이라는 무미건조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 책은 아랍 사람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는데, 그들은 번역서에 “알마게스트(Almagest)”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아랍어에서 알(AL)이 붙는 것은 최상급 표현이고 마게스트는 “위대한”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알마게스트라는 단어는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감이 오십니까? 책의 제목이 그냥 “가장 위대한 책”인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 업적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말 안 해도 이해되실 겁니다. 지금도 이 책은 알마게스트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천문현상을 거의 완벽하게 예측하는 과학 이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천동설입니다.



자, 이렇게 해서 드디어 천동설 체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앞서 우리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수천 수만년 동안 인류는 우주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신화에서 출발한 궁금증에 대해서 드디어 체계를 갖춘 답을 찾아낸 것입니다. 천동설은 당시에 알려진 거의 모든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했습니다. 해와 달과 별이 언제 뜨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구는 어떻게 생겼고 만물이 어떤 원리로 변화하는지 거의 모든 것을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설명하면서도 고도로 정합적인 이론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인류 전체 역사에서 하나의 금자탑을 쌓은 것과 같습니다. 그 체계를 가지고 우리의 선조들은 달력을 만들어 언제 씨를 뿌리고 거둬야 할지 계산했습니다. 천동설은 농업과 고대의 삶에 선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천동설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천동설이 그리는 우주는 분명히 현대에 사는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곳이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달랐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다음 시간에 나누도록 하지요. 



  


그림 출처


그림1: https://pixabay.com/photos/sculpture-bronze-figure-aristotle-2298848/

그림2: 명랑만화공작소 http://bung015b.egloos.com/4246157

그림3: https://m.blog.naver.com/grusud012/221878350358

그림4: McClellan, J. E., III, & Dorn, H. (2006). "Science and Technology in World History." JHU Press.

그림5: https://medium.com/history-of-yesterday/library-of-alexandria-13c1e5c98a18

그림6: http://study.zum.com/book/13966

그림7: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eocentrism.gif


동영상1: 화성의 역행운동 시뮬레이션: https://youtu.be/yK5r9Bbkd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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