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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Feb 17. 2020

"하지만 '어떤 글을 쓸 것인가'하는 물음이 선행.."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글쓰기에서 문장을 바르게 쓰는 것과 글의 짜임을 배우고 주제를 담아내는 기술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쓸 것인가'하는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탄탄한 문장력은 그 다음이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 물어야 한다. 밤이고 낮이고 온 국토를 삽질하는 게 '발전'은 아니듯 자신을 속이는 글, 본성을 억압하는 글, 약한 것을 무시하는 글, 진실한 가치를 낳지 못하는 글은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2015)


글을 읽으며 건축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멋지고 새로운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도 좋지만, 이 건물이 누구에게 복무하는지를 따지며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건축주가 아니기에 왜 이 건물을 짓는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건물인지는 생각치도 않아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저 열심히 설계만 하면 되는 걸까. 한동안 이런 질문을 하지 않고 일을 해왔다. 인간은 누구나 의미를 찾는다고 하는데, 그동안 애써 의미를 찾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경제활동의 하나로 하는 일인데, 의미를 찾는다는게 뭔가 모자란 현대인인 듯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의미를 소거시킨 설계는 끝이 좋지 않았고, 난 그저 소진되어 가는 듯 느껴질 뿐이었다. 이제 이 폭주를 멈추고, 잠시 나를 돌아보며,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따져 물어봐야겠다. 건물을 설계하는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을 다시 챙겨봐야겠다.

우리집 아이들을 생각하며 어린이집을 설계했다. 비록 낙선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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