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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ul 10. 2020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힘

<메타인지 학습법> (리사 손, 21세기북스,2020)

책을 읽으면서 나의 메타인지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글쓰기로 예를 들면 지나친 자기검열은 낮은 메타인지에서 비롯되는 증상인 듯 했다. 내가 하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이 글을 읽을 남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검열이 심해지는 것 아닌가싶어서다. 이는 정답맞추기로 일관한 교육을 거치며 만들어진 습속인지도 모른다. 교과과정내내 빠르게 정답을 찾는 훈련을 받다보니 충분히 숙고하거나 탐구할 여력이 없었고, 따라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따져보기보다 타자가 숨겨놓은 답(생각, 감정)을 찾는데 익숙해진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 나도 모르게 그런 방식의 교육을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서 속으로 작은 탄식을 했다. 


어제 시원이와 저녁을 먹으며 장난삼아 얼마전 읽은 기사 한토막을 퀴즈로 냈다. 산 꼭대기 연못에 어떻게 물고가기 사느냐다. 기사에는 새가 알을 밴 물고기를 먹고선 그리로 가서 배설을 했는데, 미처 소화되지 못한 알이 물에서 부화해서 물고기가 그 높은곳에 살게 된거라는 연구결과가 소개되어있었다. 어제 이걸 시원에게 물어보니 순간 시원이 눈빛에 총기가 돌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흠.. 녀석 재밌나보군'하고 있는데 시원이가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기사 얘기를 해줘버렸다 책에 나오듯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서 맞든 틀리든 자신의 얘기를 하기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냉큼 내가 답을 말해버린 것이다. 아이 스스로 성취할 기회를 걷어차버리고 자신의 특권적 영역인 아이의 생각에 개입함으로써 괜한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진심으로 아이들을 믿고 있는지 자문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나를 믿는지도 묻게 되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면, 계획을 세울 수있고, 계획안에 전략을 집어넣을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내 행동에 대한 내 나름의 평가가 가능하고, 그 평가(실패 또는 실수 혹은 성공) 데이터를 기초로 다음 행동을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그렇게 하도록 해주는 인지가 메타인지이고, 아이들의 메타인지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인 내가 메타인지를 높이는 것이다. 자녀 양육에 (당연히)관심있는 부모라면, 자기 계발에 힘을 쏟는 성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모르는 시기'가 있다. ...... 아이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상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아이 스스로 성취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주어야 한다." P.07

"공부에서든 예체능 활동에서든 뭔가를 배운다면 그저 빨리 익히기만을 바란다는 뜻이다. 이런 부모는 자신 역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툴고 느리게 배웠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그저 아이의 학습 속도 향상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배움의 과정이 주는 다양한 의미와 재미를 무시하고 속도에만 집중하면 아이의 메타인지는 망가질 수 있다." P.51

"인지적인 면에서 실수와 실패는 학습이 서툴다는 징표지만 메타인지를 키우는 데는 좋은 환경이 된다. 실수와 실패가 없는 환경은 아이들에게 장기적으로 더 큰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P.56

"천재처럼 보이기 위한 행동 전략은 열심히 공부한 자신의 노력을 뒤로 숨기게 만다." P.58

"미국 아이들은 문제를 풀 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이나 글로 차근차근하게 풀어낸다. 어른들은 문제 풀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빨리 해' '그래, 이거지'라는 식의 재촉이나 중간 평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가 생각을 미처 다 하기도 전에 답을 말해주거나 '빨리 답을 맞춰봐'라고 재촉한다." P.61

"공부는 절대 빨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오해임을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학습은 경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아이만이 또 다른 하나를 배울 수 있다. 학습이 경주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이기는 순간의 성취감에 취하기 쉽다. 그러나 학습은 마라톤이고, 짧은 성취감만으로는 이 길고 긴 경주를 버티기 어렵다. 부모 먼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P.69

"벼락치기와 반대되는 학습 방식이 바로 '분산학습spacing'이다. 분산학습은 짧은 내용을 긴 시간 동안 분할하여 꾸준히 학습하는 방식이다. 한 학기 동안 매일매일 몇 십 분씩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그 예에 해당한다."P.93

"아이들에게는 성인을 능가하는 인지 영역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언어 영역이다."P.116

"언어를 잘하는 방법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게 아니라 그 단어가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다." P.118 

-> 문맥을 파악하면 행간의 의미가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 다만 어른보다 조금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P.123

"메타인지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자기 수준을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P.163

"메타인지를 키우는 목적은 성적 향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토끼가 아닌 거북이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P.165

"메타인지를 잘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판단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P.167

"더불어 많은 전문가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창의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P.178

"부모의 믿음만 있으면 아이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아이가 자신감이 없으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친 채 부가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되고, 주변 사람과의 경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P.193

"메타인지가 약해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 중심이 돼버린 아이들은 자신보다 옆 사람의 의견에 더 집중한다. 가족과 친구들의 말은 믿으면서 자신의 생각은 믿지 않는다." P.198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를 가르쳐보는 것'이다." P.199

"아이의 생각보다 부모의 말이 앞서는 게 위험한 이유는 아이가 그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기에게 완전한 특권적 접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모가 나서서 자신의 영역을 침법한다고 받아들인다."P.222

"아이의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 자신이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부모의 특권이다." P.225

"완벽한 말만 하는 부모, 무엇이든 익숙하게 해내는 어른도 실수와 수정을 반복하며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은 없다."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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