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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Oct 30. 2022

내뱉는 나라는 세계

셋, 책일기: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

    친구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일기가 늦었네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벽돌 책을 읽고 있는데요. 완독하지 않아도 마감에 맞춰 써보자, 라고 우리는 이야기했지만 글을 쓰는 순간 완독을 포기해버릴 것 같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읽기 쉬운 책은 아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병원에서도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해주셔서, 마음이 무적으로 게을러지고 만 거예요. 사실 독서도 안정의 일부잖아요? 아휴.


     그런 마음 아시나요? 분명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선택했는데, 읽다 보니 마지막 장에 도달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서, 내용을 전혀 적립하지 못한 상태로 그저 빠르게 책장만 넘기게 되는 거요. 방금 제가 그랬지 뭐예요. 다행히도 이 책은 제가 지금까지 읽은 반 정도만으로도, 글을 쓰는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무조건 유쾌할 만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서요, 그냥 써보기로 했습니다. 책의 제목은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 입니다.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언어를 살피는 일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마음을 알아야하고,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문화를 알아야 하며, 문화의 이해는 언어를 빼놓고는 달성할 수가 없는 과업이었죠. 30-31     


     어제는 시할머니댁에 다녀왔어요. 강아지를 키우셔서 좀 놀아주다가 왔는데요. 집에 돌아오니 저희 강아지가 온몸을 샅샅이 냄새를 맡으며 난리가 났더라고요. 시할머니댁 강아지 냄새가 제 몸에서 났나 봐요. 무의식중에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와- 귀신같이 알아보네?” 그리고 생각해보니, 귀신보다 강아지가 강아지 냄새를 더 잘 맡을 거잖아요? 근데 저는 왜 귀신같다고 표현했을까요? 그리고서는 신랑이랑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어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증말.” 책을 읽어서 그런지, 무의식중에 내뱉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거예요. 저는 교회를 다니지만, 언어 습관을 돌이켜보니 귀신을 참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지 모에요?


     그 후로는 무슨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저는 스스로의 마음이나 생각을 들여다보며 그게 제 모습이라고 믿지만, 사람들은 제 입에 붙은 말이나 단어를 제 모습이라고 믿을 거 같았거든요. 제가 보는 제 모습과 사람들이 바라보는 제 모습이 확연하게 다르다면, 그 차이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은 결국 제가 바라는 이상향일 뿐이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제 모습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오랜 시간 우리는 의학 은유를 내면화해왔습니다. (...) 그렇다면 그저 말일 뿐인 은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은유는 때로 심리적 실재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저 말에 그치는 은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지 않은 경우 지적/정서적 요인과 은유적 언어가 상호작용하는 것이죠. 124


     전통 수사학에서 은유와 환유를 말을 조금 더 맛깔나게 만드는 언어적 장치로 보았다면, 인지언어학의 관점에서는 우리가 세계를 개념화하는 방식입니다. 즉, 생각하는 방식이 언어와 결합하는 것이지, 단순히 언어 현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137     


     책에서 다루는 아주 작은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지면을 거의 다 쓰고 말았네요. 아무튼 <<영어의 마음을 읽는 법>>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영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분석하는 내용이라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그래서 주제가 방대하고 내용도 상당해요. 아직 끝까지 읽은 게 아니라서 그런지, 무척 새롭고 신선한데, 전체적인 맥락이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읽는 내내 조금 답답했어요. 완독하고 나면 조금 나아지겠죠? 




     어려운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막막한 답답함은, 앞날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먹먹한 두려움과 비슷해요. 그래서 살아지는 대로 살다 보면 독서를 등한시하게 되지만, 독서와 함께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도 조금 더 신중하게 내딛게 되는가 봐요. 책을 읽을 땐, 마음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거든요. 그렇게 마음과 삶이 최대한 일치하게 되기를 바라는 거죠.      


     “I can swim”이라는 문장은 현실이 아닌 잠재적 가능성의 세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수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그렇기에 말을 하다가 ‘can’이라는 modal이 등장하는 순간 잠시 현실 세계가 닫히고,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지요. -211     


     친구들은 어떤 언어로 살아가고 있나요? 고심하고 검열하여 적어내는 글 말고요. 입이나 마음으로 무심코 뱉어내는 말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공들여 끄집어낸 진심이나 차곡차곡 쌓아 올린 생각뿐만 아니라, 무의식중에 툭툭 뱉는 말도 분명 우리에게 영향을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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